이재현 CJ회장 2,078억 탈세·횡령

비자금 6,200억 조성 확인…검찰, 李회장 구속기소


이재현 CJ그룹 회장이 국내외에서 비자금 6,200억원을 조성해 운용하면서 2,078억원의 조세포탈과 횡령ㆍ배임 행위를 한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윤대진 부장검사)는 18일 국내외 비자금을 차명으로 운용하며 546억원의 조세를 포탈한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조세포탈)로 이 회장을 기소했다. 이 회장은 CJ그룹 국내외 법인자금 963억원을 횡령하고 개인 부동산 구입 과정에서 회사에 569억원 손해를 끼친 혐의(특가법상 횡령ㆍ배임)도 받고 있다.

검찰이 지난 5월21일 CJ그룹 본사와 경영연구소 등을 압수수색하며 수사에 본격적으로 돌입한 지 59일 만이다. 이 회장은 현 정부 들어 구속 기소된 첫 대기업 총수로 기록됐다.

이 회장은 국내외에서 조성된 비자금으로 모두 7개의 페이퍼컴퍼니를 동원해 CJ 주식을 거래하는 과정에서 546억원의 세금을 내지 않았다.

이 회장은 특히 2005년부터 2009년까지 영국령 버진아일랜드에세워둔 '로이스톤' 등 4개 페이퍼컴퍼니 명의로 CJ 지주회사의 주식 등을 사고팔면서 양도ㆍ배당소득세 총 215억1,890만원을 포탈하는 등 2005년부터 지난해까지 모두 274억7,363만원의 세금을 내지 않은 혐의를 받고 있다. 이 과정에서 동원된 페이퍼컴퍼니는 7개이며 모두 CJ 계열사나 해외법인의 주식을 매매하거나 배당소득을 취급하면서 세금을 내지 않는 비슷한 수법이 사용됐다.

싱가포르나 홍콩 등에 소재한 스위스 UBS 등 7개 외국 금융기관에 페이퍼컴퍼니 명의의 차명계좌를 개설한 뒤 속칭 '검은머리 외국인'인 것처럼 행세하며 주식투자를 해 세금을 내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다만 1998년에서 2002년 사이에 조성된 해외 비자금에 대한 조세포탈 혐의는 공소시효(10년)가 지나 공소사실에 포함되지 않았다.

검찰 관계자는 "(이번 수사는) 재벌총수의 대규모 역외탈세 범죄를 최초로 규명한 데 의의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 회장은 국내에서도 차명 증권계좌를 이용해 비자금으로 CJ 주식을 거래하면서 271억여원의 세금을 포탈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 회장은 또 1998년부터 올해까지 인도네시아 법인 등에 근무하지도 않은 임원의 급여를 준 것처럼 꾸미는 방법 등으로 국내외 법인자금 718억여원을 횡령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 밖에 이 회장 개인 소유의 건물 두 채를 일본에서 구입하면서 일본 현지법인을 담보로 제공하고 연대보증을 세워 244억여원을 횡령하고 회사에 569억여원 상당의 손해를 끼치기도 했다.

CJ그룹은 회장실 아래에 이 회장 개인 재산을 관리하는 조직을 두고 수천억원에 이르는 비자금을 관리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이 회장의 비자금 관리를 총괄한 '금고지기' 역할을 한 신동기 CJ글로벌홀딩스 부사장을 지난달 27일 구속 기소한 데 이어 이날 조세포탈 혐의를 적용해 추가 기소했다. 또 이 회장의 범죄에 가담한 전ㆍ현직 임직원 하모씨와 성모씨, 배모씨 등 3명도 이날 불구속 기소하고 현재 중국에 체류 중인 것으로 알려진 전 CJ 재무팀장 김모씨는 지명수배하고 기소중지 조치했다.

이 회장은 횡령한 돈을 자신과 가족들 생활비로 쓰거나 카드 대금 납부, 차량·미술품·와인 구입 등에 쓴 것으로 드러났다. 국내외 비자금의 종잣돈으로 쓰이기도 했다. 검찰 관계자는 "빼돌린 돈의 구체적인 용처는 (이 회장) 프라이버시상 확인해줄 수 없다"면서도 "정ㆍ관계 로비에 쓰인 정황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관심을 모았던 이 회장의 비자금 규모는 국내 3,600억원, 해외 2,600억원으로 총 6,200억원으로 드러났다. 이는 지난 2008년 국세청이 CJ그룹 차명재산을 조사하던 당시 그룹 측이 신고한 3,000억원 상당보다 2,000억원 이상 높은 액수다.

검찰은 이 비자금에는 선대(先代) 상속 재산과 회사 돈 횡령액, 차명주식을 매입·관리하면서 불린 재산이 섞여 있다고 설명했다. 수사를 맡은 윤 부장검사는 "해외 비자금에서는 선대의 재산이 확인된 것이 없고 1998~2001년 해외 현지법인에서 알 수 없는 방법으로 종잣돈을 마련한 것으로 파악된다"며 "차명재산 상당 부분이 국내에서 횡령한 돈이었던 것으로 밝혀졌다"고 말했다.

2008년 세무조사 당시 CJ 측은 차명재산이 '선대로부터 받은 상속재산' '경영권 방어 목적으로 운용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검찰은 이 회장의 CJ그룹 계열사 주가조작 혐의 등에 대해서는 관련자 등을 상대로 계속 수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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