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7배땅서 「황금석탄」 캔다/지표만 파면 채굴가능 「지하」보다 경비 저렴/연 500만톤 생산… 포철에 40%공급 “성장 견인”/2002년이면 계약 만료… 제2개발지 찾기 도전세계 4대 미항의 하나인 호주의 시드니시. 아름다운 이 도시의 대로변을 「유칼립스」나무들이 수놓고있다. 그 행렬은 시드니 북쪽 마운트솔리 광산까지의 국도를 따라 끝없이 이어지고있다. 자신의 몸에 있는 알콜을 모아 일부러 불을 일으켜 옆에 있는 나무를 태워죽이고 자신은 불속에서 살아남는다는 전설을 가진 신비의 나무 유칼립스. 인간이 이 대륙의 지배자인듯 하지만 이 나무들은 전체 분포숫자면에서 인간을 압도하는 진정한 대륙의 주인이다.
화석식물인 이 유칼립스 나무는 호주대륙이 품고 있는 석탄등 엄청난 지하자원의 원천이다. 죽고나서 땅속깊은 곳에서 수억년의 세월동안 굳어질대로 굳어지면서 에너지원이 됐기 때문이다. 지질학적으로 고생대 이전에 생긴 호주는 지구 6대주중 유럽인에게 가장 늦게 발견된 덕분에 아직도 많은 자원들이 개발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다. 포항제철도 수억년동안 묻혀있던 석탄원석을 채굴하려는 세계적인 자원개발 회사들중 하나다.
포철이 지분을 투자하고 있는 마운트 솔리광산는 전체 광산면적과 석탄을 채굴하는 장비들의 규모가 방문객의 상상을 압도한다. 동서로 7㎞에 남북으로 2.8㎞의 직사각형 모양에 광산 전체면적은 1천9백60㏊(6백만평). 여의도의 7배에 가까운 이 방대한 규모는 비행기를 타지 않고서는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다. 규모만큼이나 매장량도 원탄기준으로 1억2천3백40만톤, 실제 이용되는 정탄기준으로 8천7백80만톤이다. 이가운데 4천6백80만톤이 원료탄, 3천9백80만톤은 연료탄으로 구성되어 있다.
시드니에서 북쪽으로 난 고속도로와 국도를 따라 자동차로 3시간 남짓. 유칼립스 수림이 걷히는듯하자마자 뉴캐슬로 향하는 석탄열차의 힘찬 기적소리가 노천광산인 마운트 솔리광산에 도착했음을 알린다. 뉴웨일주에 속해있는 이 광산은 인근도시인 싱글톤과 불과 14㎞거리다.
포철이 이 광산과 인연을 맺은 것은 지난 81년11월. 포철은 호주에서 두번째로 큰 그룹인 석탄전문업체인 C&A(Coal & Allied)사로부터 지분 20%를 인수, 20년 계약기간으로 공동개발에 나섰다. 포철은 82년부터 채굴이 시작된 이래 15년째 석탄을 장기 공급받고 있다. 이 광산의 사업과 호주내 철강관련 사업을 관장하는 포철 호주법인인 POSA의 전우성 법인사장은 『세계 2위의 철강 생산업체인 포철 입장에서는 원재료인 제철용 연료탄및 원료탄의 안정확보가 사업성패에 있어 제1의 과제』라며 참여배경을 설명한다.
석탄은 철강 생산에 있어 핵심 원재료다. 현재 포철등 전세계적으로 대형철강 업체들이 사용하는 고로법은 철광석을 석탄과 함께 태워 선철을 만드는 것이다. 따라서 석탄은 철광석과 함께 전체 생산비의 50%를 차지한다. 연간 2천4백만톤의 철강재를 생산하는 포철의 경우 연간 1천6백만톤의 석탄을 전량 해외에서 의존하고 있다.
이 광산의 연간 생산량은 정탄기준으로 5백만톤정도. 이가운데 포철이 40%인 2백만톤을 고정적으로 가져간다. 포철의 연간 수요량의 8분의 1정도다. 포철관계자는 『이 광산으로부터 제철용 원료탄및 연료탄 2백만톤을 환율변동에 따른 추가 부담없이 공급받음으로써 포철이 세계 제일의 철강기업으로 성장할수 있었다』고 평가한다.
이 탄광의 최대 특징은 지표 일부만 벗겨내면 곧바로 채굴이 가능한 노천탄광이라는 점. 지하탄광에 비해 채굴비용이 적게 들어 훨씬 저렴한 가격으로 생산할 수 있는 잇점이 있다. 면적이 방대하고 지표에서 원탄을 채굴하기 때문에 대부분의 작업은 광산용 장비들의 몫이다.
광산은 5백81명이 주요 장비인 드래그라인 1대, 쇼벨 3대, 로더 4대, 트럭 30대, 드릴러 6대등을 잠시도 쉬지 않고 조작하며 하루 2만톤가량의 석탄을 캐내고 있다.
제프 토킹톤 선임엔지니어는 『탄층위에 있는 표층을 걷어내는 역할을 하는 드래그라인기는 이 광산의 자랑거리』라며 『무게 3천9백톤에 높이는 시드니시의 오페라하우스와 비슷하며 대당가격은 5천만달러정도로 웬만한 대형공장 가격』이라며 추켜세운다. 흙을 담는 바구니는 초대형버스가 들어가고도 남을 정도다. 또 무게가 1천7백20톤에 달하는 쇼벨, 흔히 외국영화에서 나오는 타이어직경이 사람키보다 크고 한번 흙을 싣는 양이 2백톤을 넘는 대형덤프트럭 등 마치 초대형 장비의 전시장을 방불케한다.
이들 장비를 이용, 표토제거, 채탄, 선탄작업을 거쳐 최대 12.5㎝크기로 잘게 쪼개진 석탄은 컨베이어벨트를 통해 열차에 실려 85㎞ 떨어진 뉴캐슬항의 석탄 터미널로 옮겨진다. 토킹톤 선임엔지니어는 『채굴을 끝마친 지역은 다시 흙을 덮고 초목을 심어 이전의 자연상태로 복구한다』며 『여기에 소요되는 비용도 막대하다』고 귀뜸한다.
이 광산은 포철의 대호주 자원개발의 전초기지다. 전 POSA사장은 『이 광산의 성공적인 경영성과가 알려지면서 포철이 호주의 최대 철강및 광산회사인 BHP사를 비롯한 여러 광산과 원료공급선을 확보할 수 있었다』고 밝힌다. 포철이 연간 철광석 소요량의 55%, 원료탄의 51%이상을 이 나라에서 조달할 수 있게 된 것도 이 광산의 성공이 밑거름이 됐다는 주장이다 . 전사장은 『지난 15년간의 착실한 개발로 합작사인 C&A와 포철 뿐만 아니라 양국 경제계에서도 한·호경제협력의 가장 모범적인 모델로 평가되고 있다』고 자신한다.
덕분에 마운트솔리탄광의 경영에 참여하고 있는 포철의 현지법인인 POSA도 수년째 흑자행진을 계속,「돈버는 효자 해외법인」으로 자리매김했다.
이 광산은 오는 2002년으로 포철과 관계를 청산한다. 성공적인 투자사례로 꼽히고 있지만 호주 정부와 맺은 채굴계약만기가 오는 2002년로 5년앞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갈수록 석탄생산에 필요한 경비가 늘고 있다. 현재 5.6인 박토비(석탄 1톤을 얻기 위해 제거해야 하는 흙의 톤수)가 머지않아 6.4로 높아지면 광산의 경제성은 상실된다. 개발기한에 상관없이 문을 닫아야 할 처지다.
전사장은『마운트솔리의 성공적인 경영경험에다 그동안 광산업계와 맺은 협조관계를 쉽분 활용, 경제성이 우수한 제2의 마운트솔리를 찾고 있다』고 밝힌다. 제2의 마운트솔리광산을 찾는 포철의 도전이 시작된 것이다.<마운트솔리(호주)=문주용 특파원>
◎인터뷰/전우성 포철 호주 현지법인 사장/“노조설득 분규막기 최선… 88년후 흑자행진”
『포철이 국내 철강수요 산업에 저가의 철강재를 공급할 수 있었던 것은 남들보다 10년이나 빠른 해외자원개발을 시작, 안정적으로 원료를 확보했기 때문입니다.』
전우성 포철 호주 현지법인(POSA)사장은 마운트솔리 광산의 성공적인 투자가 포철이라는 한 회사를 넘어 국가전체 산업에도 영향을 미쳤다고 강조한다. 포철 제품의 원가경쟁력을 강화됨으로써 자동차, 가전, 건설등 철강수요산업을 세계적인 수준으로 끌어올렸다는 것이다.
전사장은 『마운트솔리의 공급량이 포철의 전체 석탄수요량 1천6백만톤의 12%에 불과하지만 이 광산의 성공이 잇달아 자원개발에 나서도록 자신감을 갖게 해주었다』며 의미를 평가한다.
하지만 자부심을 갖기에 앞서 마음고생도 심했다. 전사장은 『호주는 영국등 선진국의 영향을 많이 받았기 때문에 노조가 강하고 특히 광산노조는 산별노조 가운데서도 유별났다』고 설명한다. 전국적으로 파업을 벌이는 때는 어쩔수 없다하더라도 개별적으로 노사분규가 일어나지 않도록 합작사인 C&A사와 함께 수시로 작업현장을 쫓아다니며 노조 간부들을 설득했다.
『덕분에 마운트솔리 광산이 생산을 본격화한지 3년만에 연간 생산량이 4백만톤을 넘어서며 흑자경영을 실현했다』고 전사장은 말한다. POSA도 지난해 8천7백40만 호주달러의 매출과 12만 호주달러의 순이익을 올렸다. 지난 88년이후 현재까지 순이익누계가 2천6백만 호주달러에 달해 본사의 도움없이 자체적으로 경영이 가능한 수준에 올랐다.
앞으로의 과제는 제2의 마운트솔리 광산과 철광석광산을 찾는 일. 탐사기간이 길고 경제성을 가늠하는데 고도의 노하우가 요구되는 분야다. 특히 철광석의 경우 호주 최대기업인 BHP등 철강업체들이 포철에 대한 견제를 늦추지 않고 있어 광산확보가 쉽지 않다. 전사장은 『좋은 광산 확보가 곧 국가경제 기여라는 믿음으로 POSA직원 모두 최고의 광산을 찾는데 전력하고 있다』며 『조만간 좋은 석탄광산을 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