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소비세 인상 전 사자" 막판 사재기 기승

전철 승차권서 담배·영어학원·이사까지…
기업도 세일·연장영업 등 대응

오는 4월1일로 예정된 일본의 소비세율 인상을 앞두고 조금이라도 싼 값에 물건을 사두려는 소비자들의 발걸음이 분주해졌다. 전자제품이나 자동차 등 고가품의 수요가 몰리던 데서 최근에는 생활필수품 사재기와 이사 수요까지 급증하며 세율인상에 대한 소비자들의 경계심리를 반영하고 있다.

19일 마이니치신문 등 일본 언론들에 따르면 다음달 1일부터 소비세율을 반영한 전철 요금 인상을 앞두고 일본 철도회사인 JR 매표창구에는 정기권을 미리 사 두려는 소비자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JR는 통상 이용개시 7일 전부터 정기권을 판매하지만 4월 이후 이용 정기권에 한해 14일 전부터 판매에 돌입했다. 3월 중 정기권을 사두면 증세 전 요금이 적용되기 때문에 통학이나 통근 때 전철을 이용하는 소비자들이 이달 말까지 꾸준히 몰릴 것으로 예상된다. 영어학원 등에는 수강료 납부액을 줄이기 위해 4월 이후분 수강료를 선납하는 사례도 늘었다.

운송·이사업계에는 일대 혼란이 빚어지고 있다. 세율인상을 앞두고 물류가 급증해 트럭이 부족해진 탓이다.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전일본트럭협회는 3월 중순 이후 수요가 더욱 몰릴 것으로 보고 홈페이지를 통해 이사일을 분산시켜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이 시기는 원래 연중 이사수요의 3분의1이 몰리는 성수기지만 소비세율 인상을 앞둔 수요까지 더해지면서 트럭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고 신문은 설명했다. 세탁기와 냉장고 등 내구재 막판 소비도 여전하다. 최근 시장조사 업체 GfK재팬에 따르면 지난달 에어컨 판매액은 전년동월비 80.4%, 냉장고는 79.6%가 각각 늘었다. 이 밖에 각종 생활용품 사재기 현상도 두드러지고 있다. 다음달부터 한갑당 10~20엔가량 가격이 오르는 담배 판매는 지난달 1.3% 늘어 7개월 만에 증가세로 돌아섰다.

4월이 다가올수록 수요가 몰리면서 유통업체들도 막판 특수를 누리기 위한 대응에 나섰다. 주요 백화점인 마쓰자카야 시즈오카점은 31일까지 영업시간을 30분 연장하기로 했다. 24시간 영업하는 대형 양판점 '돈키호테'는 소비세율 인상시점을 4월1일 오전6시로 늦추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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