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용으로 다시 해석한 자유연애주의자 '춘향'

안은미 '신 춘향' 12일부터 한국무대서 공연


한국의 많은 예술 작품 중 ‘춘향전’은 아마도 세계인들에게 가장 편히 다가갈 수 있는 작품으로 꼽힐 듯 하다. 세계인의 보편적 감수성 중 하나인 사랑을 주제로 했기 때문이다. 이미 소설, 영화 등을 통해 춘향의 애절한 사랑이 서구에 적극 소개되기도 했다. 4월 5일부터 20일간의 일정으로 유럽 4개국 7개 도시에서의 순회공연을 성공적으로 끝내고 돌아온 ‘신 춘향’이 한국무대에 오른다. 지난 달 네덜란드, 이탈리아 등을 돌며 한국적 정서에 대한 찬사를 받은 공연이다. 암스테르담 뮤직헤바우에인트제이 극장에서 열린 공연에서는 기립박수가 터져 나오기도 했다. 벌써부터 해외에서 공연요청이 쇄도해 2007년 영국, 2008년 이탈리아 등 유럽공연일정도 빡빡하게 잡혔다. ‘신 춘향’은 판소리 ‘춘향전’을 무용으로 재해석한 작품. 정절을 주제로 했던 기존 춘향전 해석을 뛰어넘어 춘향을 신분질서를 뛰어넘는 자유연애를 한 여인으로 표현한다. 이를 표현하기 위해 안은미는 공연 중 때로는 정숙한 처녀의 모습을, 때로는 윗옷을 훌렁 벗어 던지고 상체를 뒤틀며 욕망을 드러내는 여인의 모습을 보여준다. 안은미는 옥중 춘향의 어지러운 꿈 속에서 이도령과 변사또가 동성애를 나누는 장면을 삽입하는 등 춘향전에 자신만의 도발적 상상력을 가미하는 것도 서슴지 않는다. 안은미는 국내에서 작품보다는 외적인 모습으로 더 많은 주목을 받아온 무용가. ‘빡빡머리’, 상반신 누드 등 도발적인 모습을 보여왔다. 이번 공연에서는 그의 이런 도발성을 바탕으로 춘향이라는 고전적 캐릭터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해냈다. 온통 붉은 색으로 칠해진 무대에서부터 알몸으로 출현하는 무용수까지 ‘신 춘향’에는 도발적 에너지가 가득하다. 어어부밴드의 장영규가 만든 단순하면서도 중독적인 음악도 눈길을 끈다. 가야금, 해금 등 국악과 판소리를 테크노 리듬에 용해시켜 현대적 춘향을 한껏 표현한다. 5월12일부터 5월 14일까지 국립중앙박물관 ‘극장 용’. 1544-5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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