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금리를 6∼7%선으로 대폭 낮추기로 방침을 세워 주목을 끌고 있다. 정부의 이같은 방침은 강경식 부총리 겸 재정경제원장관이 지난 21일 열린 서울경제신문주최 「노사정 대토론회」에서 처음으로 구체적인 수치를 밝힌 이래 재계의 기대를 한껏 모으고 있다.금리인하의 당위성에 대해서는 누구도 이견이 있을 수 없다. 우리나라의 금리는 선진국은 물론이고 경쟁국보다 2∼3배나 높아 이것이 고비용구조로 연결돼 대외경쟁력을 약화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 특히 경제가 최악으로 치닫고 있는 현 상황하에서 금리인하는 하나의 해법이 될 수있다는 점에서 실시 시기에 관심이 증폭되고 있다.
금리인하와 관련, 현재 재경원에서 마련중인 방안을 보면 12%대인 시중금리를 중장기적으로 미국이나 유럽연합(EU) 수준인 6∼7% 수준까지 내린다는 것이다. 또 금리의 구조적인 하향안정화를 위해 거시경제의 안정화 정책을 강화하고 금융의 자금중개 효율성이 높아지도록 금융시스템을 개혁해 나간다는 것이다.
정부의 이같은 금리인하 방침에 대해 차동세 한국개발연구원(KDI)원장도 이를 지지하면서 한걸음 더 나아가 금리를 단시일내에 낮추기 위한 통화증가율 확대도 제안했다. 이에대해 중앙은행인 한국은행은 통화의 급증이 물가불안과 과소비를 부추길 우려가 있다는 점을 우려, 신중한 검토쪽으로 제동을 걸고 있다.
○고비용 타파 핵심과제
여기서 지적하고 싶은 것은 금리인하라는 대명제에는 찬성하면서도 방법론과 실시에 따른 부작용이다. 금리인하는 지난 72년과 82년에 실시했던 것과 같은 직접적인 인하는 불가능하다. 당시 전격적으로 단행된 인하는 실제로 경제회복에는 크게 기여 했으나 현재와 같은 자유금리 체제하에서는 그와 같은 인하는 불가능하다. 더구나 6∼7%선의 금리수준은 우리가 한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파격적인 저금리이다.
○인플레 위협 겁낼 것 없다
자유금리의 하락을 유도하는 방법은 자금공급을 늘리는 것 뿐이다. 구체적인 방법론으로는 직접적인 국내신용의 확대를 위한 통화증가와 해외로부터 금리가 싼 자금을 유입하는 두가지가 있다. 해외자금의 유입을 유도하는 것도 결국은 원화의 수요를 증가시켜 통화증가를 유발할 수 있다. 그러나 한은이 외화를 매입하지 않으면 시중의 유동성에 따라 적절히 조절될 수 있다. 지나간 일이지만 지난 94∼95년에 해외자본이 유입되어 환율이 떨어졌을때 한은이 외화를 매입, 환율을 상승하도록 조절했어야 했다. 지금은 환율이 상승하고 있으므로 외화자금이 유입돼도 한은이 매입할 필요가 없다. 따라서 통화증가 없이 자금사정에 의해 환율을 안정시키고 금리는 하락하도록 하면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
현재 한은이 인플레 유발을 우려하는 것은 외화유입보다는 국내 신용의 확대를 통한 통화증가의 경우이다. 이 경우에도 통화증가는 인플레의 잠정요인일뿐 반드시 인플레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인플레가 올 경우 물가안정과 성장을 동시에 추구하는 정부가 팔장만 끼고 바라볼 수는 없을 것이다. 선택의 문제지만 물가를 희생하면서 금리 인하만을 고집할 수는 없다. 그렇다고 기약없이 고금리 체제로 갈 수는 더욱 없다. 높은 금리 아래서는 물가 안정도 기대할 수 없다. 지금 우리경제는 일부 과소비와 인플레의 우려도 있지만 심각한 불황으로 모든 소비가 위축되어 있으므로 금리를 내려 고비용구조를 깨고 경제를 회복시키는 일이 더 시급하다.
○금융개혁 연결 실현 기회
따라서 정책당국이 금리인하를 위해 과감하게 통화증가를 허용하는 것을 반대할 이유가 없다. 다만 통화증가가 소비를 자극하지 않고 금리하락과 투자를 자극할 수 있도록 금융시장이 효율적인 자금배분 기능을 제대로 해야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지난 60년대이래 지금까지 금융개혁을 논의해 왔으나 한번도 제대로 실천된 적이 없다. 어차피 금융의 자유화가 확대되고 금융시장에 경쟁논리를 앞세워야 할 오늘의 현실에서는 모든 금융기관의 입·퇴출과 업무영역도 대폭적인 자유화가 바람직하다. 특히 자금 공급에 있어 담보중심의 여신보다는 신용을 중시하는 심사기능을 살려 장차 여신업무가 중심이 되는 시장구조로 대폭 개편해야 한다. 신용있는 중소기업에 대해 저리의 자금을 신속하게 제공함으로써 금융비용도 획기적으로 낮춰야 한다.
금리인하를 위해 통화를 아무리 늘려도 금융시장에서 자금수급이 경직되면 그 효과는 떨어지고 부작용만 커진다. 즉 금리는 떨어지지 않고 오히려 인플레로 직결된다. 그러나 금융시장의 자금수급이 효율적일 경우 통화를 신축적으로 운영하면 자금은 그만큼 넉넉해지고 금리하락과 함께 인플레의 위협도 덜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