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 최고의 노른자위 땅으로 꼽히는 삼성동 한국전력 부지 일대의 개발계획이 발표되면서 한전 부지의 새 주인이 누가 될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국내 재계 서열 1·2위인 삼성그룹과 현대자동차그룹 모두 한전 부지 매입에 관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중국 최대의 부동산 회사도 부지 매입을 검토하고 있어 한전 부지를 둘러싼 경쟁은 한층 뜨겁게 달아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그룹은 지난 2009년 삼성물산과 포스코 컨소시엄이 한전 부지 일대를 복합 상업시설로 개발하는 방안을 내놓을 정도로 이미 수년 전부터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 삼성은 2011년에는 삼성생명을 통해 한전 부지와 도로 하나를 사이에 둔 한국감정원 부지를 2,328억원에 사들이기도 했다. 삼성은 한전 부지를 매입하게 될 경우 이 일대를 상업시설로 개발하는 방안을 구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인근의 지하철역 이름이 '삼성역'이라는 점도 삼성그룹의 구미를 당기게 하는 또 다른 메리트다. 실제로 지난해 5월 당시 변준연 한전 부사장은 "본사 인근 지하철역명과 발음이 같은 삼성그룹이 삼성동 한전 부지에 관심이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삼성생명 관계자는 "한전 부지가 서울 강남 최고의 투자처인 만큼 관심이 없다면 거짓말"이라며 "향후 구체적인 개발계획이 최종 확정되면 부지 매입에 대한 입장을 밝힐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자동차그룹은 그룹 전 계열사가 입주할 수 있는 사옥 마련을 위해 한전 부지에 관심을 갖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현대차그룹의 오랜 숙원이던 뚝섬 초고층 사옥 건설 추진이 중단되면서 이를 대체할 부지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현대차그룹은 아직 "공식적인 매입 준비 작업은 전혀 없다"는 입장이지만 "세계 5위 자동차 기업 위상에 걸맞은 새로운 글로벌 사옥의 필요성은 여전하다"고 밝혀 여운을 남겼다.
현대차 관계자는 "자동차 부품 형상으로 지은 미국 GM이나 독일 BMW의 본사는 그 자체가 기업의 상징물이며 지역의 랜드마크"라면서 "글로벌 선두 자동차 기업을 향한 의지를 담은 새 사옥을 언젠가는 지어야 한다는 것은 재론의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현재 현대차그룹의 헤드쿼터인 서울 양재동 사옥은 현대차·기아차·현대로템 직원 약 5,000명이 근무하면서 사무공간·주차장 등이 포화상태에 달했다. 현대건설 등 건설 계열사는 계동 사옥에서 근무하고 현대글로비스 등은 다른 빌딩에 세 들어 살고 있다. 현대차와 기아차의 국내영업본부 또한 양재동이 아닌 외부에서 일하고 있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새 사옥을 짓는다면 계열사가 모두 들어올 수 있는 규모로 추진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중국 최대의 부동산 개발업체인 녹지그룹도 한전 부지 매입에 대한 사업성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지면서 경쟁은 더욱 치열해졌다. 중국 상하이시가 51%의 지분을 갖고 있는 녹지그룹은 지난해 해외 부동산에 투자한 금액이 10조원을 넘어설 만큼 막대한 자금력을 토대로 해외 부동산 개발에 적극 나서고 있다. 다만 한전 부지가 서울에 마지막 남은 금싸라기 땅이라는 점과 국민 정서 등을 감안하면 해외 기업이 한전 부지의 새 주인이 되는 것은 쉽지 않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