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린 속 패션]제54회 칸 영화제
화사한 옷차림 '패션 경연장'
여배우들이 자신의 패션감각을 가장 멋지게 뽐내는 자리는 영화제 행사장. 아카데미영화제, 대종상 등 행사 때마다 인기절정의 스타들의 옷차림은 오래도록 사람들의 화제로 남는다.
지난 20일 막을 내린 세계 최고 권위의 칸 영화제 역시 여배우들의 패션과 관련 숱한 화제를 낳았다. 어두운 극장에서 2차원 화면으로만 볼 수 있던 유명 여배우들이 밝은 햇살 아래 환한 웃음을 지으며 걸어 가는 모습은 뭇 남성들의 숨을 막히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그들이 보여준 절정의 패션감각 역시 많은 이들의 눈을 멀게 했다.
이번 영화제 기간동안 가장 많은 관심을 끈 배우는 니콜 키드먼. 호주 출신의 이 금발 미녀는 영화제 개막작 '물랭루즈'의 주연배우였을 뿐 아니라 올 초 톰 크루즈와의 10년 결혼생활을 정리한 뒤 처음으로 공식석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대회장 페스티발 팔레로 향하는 붉은 카페트 위를 걸어가는 그녀는 붉은 색 망사원단에 금박 꽃무늬가 새겨진 중국식 원피스를 입고 있었다. 19세기 파리 최대 나이트클럽을 재현한 영화의 컨셉과 일치하는 화려한 의상으로 이는 올해 칸을 휩쓴 동양풍 패션붐과도 부합하는 것이었다.
한편 그녀는 개막식 이후에는 내내 가슴을 일자형으로 처리한 검은색 원피스로 일관, 특유의 뇌쇄적 이미지를 더욱 돋보이게 했다.
프랑스를 대표하는 마리안상의 모델로 유명한 래티시아 카스타는 아예 기모노를 본 딴 옷차림으로 칸의 거리를 활보했다.
검은색 바탕에 금빛 원을 여러 개 박은 가운 스타일의 옷에다 허리를 둘러싼 붉은 빛 천은 뒷부분에서 커다란 리본 매듭으로 마감돼 있다.
한편 이번 영화제 심사위원장직을 맡았다가 영화촬영 일정과 겹쳐 중도에 사퇴한 조디 포스터는 그녀만의 중성적 이미지를 그대로 보여주는 바지정장 차림.
포스터는 통 넓은 흰색 바지 위에 가슴이 V자로 깊게 파인 재킷을 걸치고 오른 손에는 작은 핸드백을 들어 지적 이미지를 한층 강조했다.
이번 영화제에서 평생공헌상을 받은 미국의 멜라니 그리피스는 가슴중앙을 예각의 V자로 처리한 몸에 달라붙는 검정 원피스로 팬들을 즐겁게 만들었다.
영화제 기간동안 함께 치뤄진 후천성면역결핍증(AIDS) 퇴치기금모금 자선행사에 참가한 엘리자베스 테일러와 슈퍼모델 나오미 캠벨 등은 행사 취지를 무색케 할 정도의 화사한 옷차림으로 참석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김호정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