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기조장·稅탈루 행태 뿌리뽑기

■ 부동산중개업소 전격 세무조사청약통장 매집→당첨후 전매등 수법 다양 국세청이 11일 전국에 걸쳐 동시다발적으로 부동산중개업소 등에 대한 특별세무조사에 착수한 것은 일부 부동산중개업소가 부동산투기를 조장하고 중개과정에서 획득한 정보를 이용, 단기 매매를 통해 소득까지 탈루하는 현실을 더 이상 좌시하지 않겠다는 강력한 의지라고 할 수 있다. 국세청은 지난 1ㆍ2차 세무조사 과정에서 다수의 중개업소가 부동산투기를 일삼은 사실을 확인했다. 따라서 투기의 온상이라고 할 수 있는 부동산중개 관련업소를 뿌리뽑지 않을 경우 부동산투기를 잠재우기 어려운 것은 물론 경제안정 기조도 도모할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국세청의 한 관계자는 "특정지역의 부동산중개업소들이 서로 짜고 투기를 부추기고 단기 매매차익을 올리기 위해 '작전'을 펴고 있는 것으로 내사과정에서 드러났다"고 전했다. ▶ 조사개요 국세청은 그동안 부동산투기가 고개를 들 때마다 중개업소에 대한 세무조사 등을 통해 '불씨'를 제거해왔다. 그러나 이번 조사는 예전과 달리 이들 업소에 대한 자금출처조사를 병행한다는 점에서 매우 이례적이고 그 강도를 짐작케 한다. 부동산중개업자의 양도세 탈루는 물론 소득ㆍ상속ㆍ증여세 탈루 여부도 가려낸다는 것이다. 국세청은 이에 따라 부동산 거래내역 및 은닉소득을 파악하기 위해 153개 업소를 대상으로 금융추적조사를 실시한다. 조사대상자는 물론 부동산 거래자도 포함돼 중개업소 외 전문 투기꾼과 전주(錢主)도 세무조사를 받을 가능성이 높다. 국세청은 부동산투기 관련자에 대한 자료를 정밀 분석해 세금탈루 혐의가 발견되면 조사대상을 확대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이날 조사요원이 확보한 부동산 거래와 매출 자료를 신고소득 등과 대조하고 부동산 거래내역도 분석해 거래 상대방에 대한 금융추적조사의 근거로 삼을 방침이다. ▶ 세금탈루 및 투기 주요수법 국세청이 이날 제시한 부동산중개업소의 탈루 및 투기 유형을 보면 청약통장을 대량 매집해 아파트 당첨 후 단기 전매하면서 양도세를 탈루하는가 하면 미등기 전매ㆍ위장전입 등 부동산투기를 총망라하고 있다. 심지어 부동산 취득자금을 대출해주고 비싼 금리를 받아내는 사채업자형 중개업자와 다른 사람 명의의 중개업소를 여러 곳 운영하면서 세금을 탈루하는 기업형 중개업자도 있었다. 서울 서초구에서 A부동산을 운영하고 있는 조모씨는 경매부동산을 낙찰받게 해주고 낙찰가의 20~30%의 높은 수수료를 받거나 경락자금이 부족한 사람에게는 자금을 빌려주고 고율의 이자를 받아온 것으로 드러났다. 큰 매매차익이 예상되는 물건을 직접 경락받아 판매, 많은 차익을 얻고서도 양도세를 탈루한 혐의가 있으며 아내 및 자녀들에게 부동산 취득자금을 증여한 혐의까지 포착됐다. 조씨는 특히 당국의 단속을 피하기 위해 재산이 전혀 없고 세금부담 능력도 없는 김모씨를 중개업소의 대표이사로 내세우는 치밀함을 보이기도 했다. 서울 서초구 B부동산의 대표 김모씨는 전주를 끌어들이고 친척 명의로 3곳의 중개업소를 추가로 운영하면서 재건축 아파트와 분양권 등의 투기를 조장해온 기업형 중개업자. 하지만 사무실 유지 및 종업원의 인건비에도 못 미치는 금액만 소득신고하는 등 최근 3년간 9억원 상당의 중개수수료 수입신고를 누락한 혐의를 받고 있다. 청약통장을 불법 매입해 아파트 당첨 후 되파는 전형적인 투기수법도 포착됐다. 서울 강남의 C컨설팅사는 생활정보지에 주택청약통장 매입광고를 내고 수십개의 청약통장을 굴렸다. 특히 통장의 원래 소유자가 당첨된 분양권을 매입자에게 직접 양도하는 수법으로 양도세 등 1억7,600만원을 탈루한 혐의까지 받고 있다. 제주도에서 부동산중개업소를 운영하고 있는 이모씨는 전원주택 용지를 원소유자로부터 매입, 별장식 주택 15동을 신축해 미등기 양도함으로써 17억원 상당의 분양수입을 올리고도 전액 신고 누락한 혐의를 받고 있다. 권구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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