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가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내는 능력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덕목이다. 이 점에서 최근 우리투자증권의 수장에 취임한 황성호(55ㆍ사진) 사장에 대한 증권가의 관심은 어느 때보다 크다. 과거 제일투자증권, PCA투자신탁운용에서 보여줬던 그의 탁월한 경영능력이 이번에는 어떤 모습으로 나타날지 업계가 주목하고 있다. 지난 30여년 동안 은행ㆍ증권ㆍ자산운용 등 다양한 금융사 CEO 경력이 말해주듯 그는 글로벌 감각을 지닌 대표적인 정통 금융맨으로 꼽힌다. 우리투자증권 CEO 취임이후 황 사장의 포부는 더 커졌다. 그는 "모든 사업영역이 시너지를 서로 발휘할 수 있도록 균형 있고 종합적인 시각에서 성장을 모색하겠다"며 "1등 종합금융투자회사로 발돋움하는데 주력할 계획"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이는 우리투자증권이 현재 주력하고 있는 투자은행(IB)분야 뿐만 아니라 트레이딩과 브로커리지를 비롯해 일반 소매분야 등 모든 부문에서 남다른 경쟁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조직을 새로 꾸려나가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풀이된다. 야망이 큰 만큼 시간 관리도 철저하다. 하루를 25시간으로 쪼개서 써야 할 만큼 바쁘기 때문이다. 그는 취임 후 주요 부서와 '전투적'이고 체계적인 전략회의를 통해 글로벌 금융회사에서 익힌 조직문화를 '뉴(New) 우리투자증권'에 심고 있다. 황 사장의 포부가 단지 '공약(空約)'으로 그치지 않을 것이란 점은 그동안 CEO로서 걸어온 발자취를 보면 짐직할 수 있다. 무엇보다 20여명의 후보가 지원한 우리투자증권 사장 공모에서 그가 낙점을 받은 것은 그동안 보여준 CEO로서의 업적과 글로벌 경쟁력을 모두가 인정한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만큼 황 사장은 업계에서 '직업이 CEO'라고 불릴 만큼 경영능력을 검증 받았다고 할 수 있다. 지난 93년부터 3년간 그리스 아네테은행 부행장으로 재임하던 시절, 황 사장은 노조와의 갈등을 극복하고 은행이 새롭게 태어날 수 있는 구심점 역할을 했다. 그 결과 취임할 당시 적자에 허덕이던 아테네은행을 이익을 내는 곳으로 변모시켰다. CJ투자증권의 전신인 제일투자증권의 대표로 있던 때는 그의 진가가 더욱 발하던 시기다. 황 사장은 지난 99년부터 5년간 제일투자증권을 이끌었다. 당시 외환위기로 모든 투신사들이 곤경에 처한 상황에서 미국 푸르덴셜과 국제투자금융공사(IFC)로부터 1,500억원의 자금을 유치해 회사를 회생시켰다.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회사를 1,000억원 이상의 이익을 내는 기업으로 성장시켰고, 대우그룹 해체사태로 잃어버렸던 2,300억원의 자본금마저 다시 채워넣는 등 CEO로서의 능력을 한껏 발휘했다. PCA투자신탁운용에서도 그의 경쟁력은 유감없이 발휘됐다. 지난 2004년 취임 당시 PCA는 적자에 직면한 상태였고 수탁액도 2조5,000억원 정도에 불과했다. 하지만 황 사장이 지휘봉을 잡은 지 얼마 안돼 PCA는 7조원이 넘는 수탁액과 순이익을 지속적으로 내는 국내 대표 자산운용사로 다시 태어났다. 남다른 경영능력과 글로벌 금융감각으로 무장한 황 사장이 우리투자증권을 '1등 금융투자회사'로 한 단계 업그레이드 시키기 위한 장정에 돌입함에 따라 앞으로 그가 내놓을 성과에 증권가의 눈과 귀가 집중되고 있다.
"회사 비전·사원 꿈 일치해야 경쟁력" "진정한 리더십은 회사의 목표와 조직원들이 품고 있는 꿈과 희망을 일치시키는 것입니다" 황 사장은 조직의 비전과 조직원의 꿈이 일치했을 때 결국 회사가 엄청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고 늘 강조하고 있다. 현재 2,800명에 달하는 우리투자증권 직원들에게도 기회가 있을 때마다 말한다. 황 사장은 "CEO가 마음을 열면 조직원의 꿈이 보이는 법"이라며 "수평적인 사고를 통해 많은 아이디어를 발굴해 내고 조직원들간의 의사소통이 무엇보다 조직의 경쟁력을 높이는데 결정적인 열쇠"라고 설명했다. 취임이후 각 부문별로 강도 높은 전략회의를 진행하고 있는 점도 바로 CEO와 임직원간의 보다 자유로운 의사소통을 기반으로 한 글로벌 기업의 회의 문화에 익숙한 탓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즉, CEO란 조직원간의 수직적 관계가 아닌 수평적 관계를 바탕으로 해서 다양한 아이디어를 발굴해 냄으로써 회사 운영의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자리라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조직원의 꿈을 회사의 미래와 결합시키기 위해서 빼놓을 수 없는 점은 바로 직원들에 대한 교육이다. 황 사장은 직원들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교육시스템에 대한 중요성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구성원들에게도 이를 설파하고 있다. 그는 중ㆍ고등학교 시절 소위 꼴찌부터 일등까지를 모두 경험해 볼만큼 성적의 기복이 심했던 학생이었다고 한다. 공부벌레마냥 책에만 파묻혀 있기보다는 다양한 활동에 관심을 쏟았기 때문이라는 게 황 사장의 설명이다. 그가 조직관리에서도 다양성과 '열린 마인드'를 중요시하고 그동안 은행과 자산운용, 증권에 이르기까지 여러 금융분야를 두루 거친 그의 이력과도 무관치 않아 보인다. He is 황 사장은 서울 경희고등학교와 고려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지난 79년 씨티은행 대금융기관담당 영업부장으로 금융권에 첫 발을 내딛었다. 이후 다이너스클럽카드 한국지사장, 씨티은행 소비자금융부 지역본부장으로 활동했다. 1993년 아테네은행 공동대표 부행장을 거쳐 한화 헝가리은행 행장 등을 지내는 등 국제적인 금융업무에서 남다른 두각을 나타냈다. 이어 97년 씨티은행 북미담당 영업이사를 역임하고 99년 제일투자신탁증권 대표이사로 취임했다. 2004년에는 PCA투자신탁운용 사장으로 자리를 옮긴 후 PCA아시아지역 자산운용사업부문 부대표, 한국금융투자협회 부회장으로 활동하다가 올 6월 우리투자증권 사장에 취임했다. 그는 록 이나 팝송 등의 음악을 무척 즐기는 CEO로 유명하다. 골프 실력도 증권가 CEO 중에서는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만큼 수준급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