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FTA 허브 전략 추진할 때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은 미국 시장에서 우리 제품의 경쟁력 제고 등 직접적 효과 외에도 여러 간접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된다. 그중 하나가 앞으로 추진하게 될 다른 지역, 특히 일본ㆍ중국과의 FTA에서 유리한 입장에 설 수 있다는 점이다. 우선 세계 최대 수입시장인 미국과의 FTA를 선점함으로써 다른 나라와의 협상에 여유를 갖게 돼 우리 입장과 이익을 그만큼 많이 반영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미국과의 밀고 당기는 협상과정에서 협상 노하우를 축적하게 된 것도 큰 자산이다. 일본과 중국의 한미 FTA에 대한 반응은 이런 기대를 크게 하고 있다. 일본 언론과 경제계는 한미 FTA가 일본 제품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우려하며 한국과의 FTA를 서둘러야 한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한일 FTA는 지난 2003년 12월부터 이듬해 11월까지 6차례 협상이 진행됐지만 이후 중단된 상태다. 우리 측의 농산물시장 개방확대 요구와 일본의 불가 입장이 맞선 탓이다. 한미 FTA에 대한 일본의 반응을 미뤄볼 때 한일 FTA도 어떤 식으로든 변화가 있을 것으로 여겨진다. 특히 중국이 한국과의 FTA 추진을 서두를 경우 일본은 더욱 다급한 상황이 될 것이며 따라서 한일 FTA가 탄력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한중 FTA는 그동안 중국 측의 적극적인 움직임과 달리 농수산물 분야의 피해를 우려한 우리 측의 소극적인 입장으로 진전이 없었다. 그러다 최근 들어 양국의 산ㆍ관ㆍ학 공동연구 등 협상의 사전준비 작업을 시작한 상태인데 앞으로 속도가 빨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한미 FTA를 미국의 중국 견제전략의 하나로 해석하는 중국이 한중 FTA 체결을 더욱 서두를 것이라는 분석이다. 특히 중국이 최근 농수산물 분야 조율 가능성 등 유연한 입장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양국 협상의 본격 진행 가능성이 더 커지고 있다. 오는 5월부터는 한국과 유럽연합(EU)의 협상이 시작된다. 이것까지 성공하면 중국ㆍ일본과의 협상에서 더욱 유리해질 수 있다. FTA 후발국가에서 허브 국가로 도약할 수 있는 기회를 맞은 셈이다. 이를 실현하려면 차분하고 치밀한 준비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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