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군표 국세청장이 올해부터 대상자가 크게 늘어나는 종합부동산세를 ‘신고ㆍ납부제’에서 ‘고지ㆍ납부제’로 전환할 방침이라고 밝혔으나 관련법상의 제한에다 과오납금 부담주체 문제까지 발생할 수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신고ㆍ납부제는 납세자들이 스스로 내야 할 세금을 계산해 신고ㆍ납부하는 반면 고지ㆍ납부제는 징수기관이 계산해주는 데 따라 납세자들이 세금을 내는 방식이다. 종합부동산세 대상자는 시행 첫해인 지난해 7만4,000명에 불과했으나 올해에는 6배에 가까운 40만명에 달할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전 청장은 지난 7월13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지난해 종부세 업무를 보면서 신고ㆍ납부제에 따른 일부 납세자들의 불편사항이 있었다”면서 “현행 자진 신고ㆍ납부제를 고지ㆍ납부제로 바꾸는 것을 신중히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종부세 신고ㆍ납부제가 워낙 규정이 복잡한데다 세금 산정방식도 까다로워 지난해 납세자들로부터 많은 민원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국세청이 세법 체계와 내용을 다루는 기관은 아니지만 납세자들의 불편함을 나 몰라라 할 수 없다는 판단이다. 하지만 고지ㆍ납부제로 전환하려면 우선 국세기본법을 바꿔야 하는 문제가 있다. 현행 국세기본법은 모든 국세에 대해 신고ㆍ납부를 원칙으로 하고 있다.
이에 따라 국세청은 일선세무서에서 종부세 대상자를 사전에 파악해 세금신고 식, 세액 산정 등의 편의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사실상 고지ㆍ납부 방식을 검토하고 있지만 이 경우 과오납금이 발생했을 때 부담주체가 ‘국가냐 납세자냐’의 논란을 피할 수 없다. 과오납금이란 내야 할 세금보다 많이 혹은 적게 납부했거나 실수 또는 착오로 잘못 낸 세금이다.
국세청이 선뜻 고지ㆍ납부제로 전환하는 게 쉽지 않은 것도 이런 사정 때문이다. 종부세 시행 둘째 해인 올해도 이런 문제점으로 인해 이래저래 논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