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이 어렵다구요?

pkm갤러리 '세가지 이야기' 기획전

폐품등 이용 한국사회등 쉽게 표현

김상길의 '모션픽처'시리즈

함진의 '폭탄위의 도시'

배영환의 '남자의 길'

‘복잡하고 어려운 미술은 가라.’ pkm갤러리가 쉽고 재미있는 현대미술을 만날 수 있는 기획전으로 젊은 작가 세사람의 그룹전 ‘세가지 이야기(Three Stories)’를 마련했다. 전시에는 대안공간 출신의 실험적인 작가들로 배영환(37)ㆍ김상길(31)ㆍ함진(25)이 각자 겪어온 한국 사회와 대중 문화를 저마다 독특한 방식으로 형상화해 선보인다. 배영환의 설치작품 ‘남자의 길’ 시리즈는 버려진 폐품을 기타로 변신시켰다. 기타는 바로 어려운 시대를 통과하며 지칠 대로 지친 우리의 자화상이다. 기형적인 모습을 한 ‘울지않는 기타’는 인간들의 뒤틀린 서정성을 표현해 냈다. 기타를 선택한 이유에 대해 작가는 “기타는 포크 음악이 갖고 있던 1970~80년대의 서정이 느껴지는 데다 악기 자체가 지닌 아름다움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마이크로 조각으로 이름을 날리는 함진은 생존을 위해 버티는 인간군상을 새끼손톱만한 크기의 클레이 인형으로 제작해 폭격장에서 어렵게 구한 실제 항공미사일 위에 펼쳐놨다. 언제 터질지 모르는 폭탄 위가 바로 불안에 떨며 살아가는 인간군상의 공간임을 의미한다. 도심에는 맥도날드ㆍ야후ㆍ씨티그룹 로고가 달린 건물 아래로 직장인들이 넥타이를 날리며 출근중이다. 그 옆에는 젓병을 문 갖난아이가 유아원으로 뛰어가고 있다. 미사일 위에 함진이 펼쳐놓은 세상을 구경하려면 돋보기를 들고 30여분은 들여 다 봐야 할 것 같다. 사진작가 김상길은 외환위기 이후 더욱 공격적으로 돌변하는 다국적기업을 정면에 내세워 일반인들에게 익숙한 영화적인 장면으로 연출해 낸 ‘모션픽처’시리즈를 소개한다. 유명한 운송회사 직원이 물품을 건네주는 장면을 포착한 사진은 영화 매트릭스의 장면을 본뜬 것. 탈취제를 뿌리는 여성의 모습도 어디선가 본 듯한 간접 광고 장면을 연출했다. 근작인 헬멧 4개가 놓여있는 사진 ‘4분의1’을 들여다보면 헬멧 하나에만 그림자가 있다. 작가는 “TV만 틀어도 온갖 상상이 쏟아지고 있어요”라며 “내 작업은 쏟아지는 상상을 스캐닝하는 것입니다”라고 말한다. 박경미 pkm갤러리 대표는 “아직 젊은 작가들이지만 한국 사회에 대한 시대의식을 이야기로 풀어낼 줄 안다”고 소개했다. 전시는 9월30일까지 계속된다. (02)734-9467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