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송파구 잠실본동에 사는 강모(33)씨는 며칠 전 집 앞에 세워둔 승용차에 꽂힌 안내문을 보고 황당하다 못해 화가 났다.
안내문에는 이달 말까지 거주자 우선 주차 차량에 대해 전자감응칩(전자태그)을 교부한다는 내용과 함께 `위 기간 내 미신청 차량은 거주자 우선주차 우선지정 취소'라는 경고 문구가 쓰여있었다.
강 씨는 "전자태그를 붙이면 차량 동선이 다 드러날 것 아니냐. 사생활 침해라고 생각해 참여하지 않았는데, 신청하지 않으면 우선 주차권 지정을 취소한다니 말만 `자율'이지 `반강제' 아니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서울시가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승용차 요일제가 일부 자치구의 무리한 `실적 올리기 경쟁'으로 시민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24일 서울시에 따르면 시는 요일제에 참여할 경우 거주자 우선주차 신청시 가산점을 주는 등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있다.
거주자 우선주차권을 줄 때는 각 신청자의 거주 기간, 차량 소유 대수 등 항목별 점수를 종합해 고점자 순으로 권리를 부여한다. 송파구의 경우 총점 58점 가운데3점을 요일제 차량 가산점으로 주고 있다.
요일제에 참여하면 유리한 면이 있긴 하지만 참여하지 않는다고 주차권을 받지 못하거나 애초 있던 권리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일부 자치구가 요일제 전자태그를 부착하지 않으면 거주자 우선주차 지정을 취소할 것처럼 `홍보'함으로써 주민들이 `울며 겨자 먹기'로 참여토록 하고 있는 것.
2003년 9월부터 시행된 승용차 요일제는 10인승 이하 승용차를 가진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월∼금요일 중 하루를 정해 차를 운행하지 않는 제도.
지난해까지 종이스티커 방식으로 운영되다 올해 초부터 전자태그 방식으로 전환됐다. 지금까지 전자태그 요일제에 참여한 차량은 34만대로 시는 내년 6월까지 100만대로 늘린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서울시가 참여 확대를 위해 각 자치구에 4천만원∼2억원에 이르는 거액의 인센티브를 내걸자 일부 구청들이 참여 차량 확보를 위해 `무리수'를 두고 있는 실정이다.
앞서 일부 자치구들이 주민 동의 없이 임의로 요일제 스티커를 부착하거나 무단으로 요일제 등록을 하면서 `타율 요일제'라는 비판론이 제기되기도 했다.
문제의 안내문을 배포한 잠실본동 관계자는 "시민들의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문구만 그렇게 쓴 것이다. 하지만 실제로 그렇게 할 계획은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시 관계자는 "거주자 우선주차권을 새로 선정할 때 같은 조건이면 요일제 차량에 우선권을 주라는 취지인데, 일부 자치구에서 그냥 권장하면 잘 안되니까 강압적으로 한 부분이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