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경쟁력 강화회의] 법무부 양벌규정 개선

징역형보다 벌금형 적용등 기업활동 불이익 최소화도


지난해 종업원의 위법행위로 검찰에 기소된 A중소기업 대표 B씨. B씨는 종업원의 과실이 관리ㆍ감독상의 고의나 과실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검찰에 하소연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법원에서도 B씨의 주장은 바로 기각당했다. 이는 위법행위를 저지른 종업원을 처벌하는 외에 그 업무의 주체인 법인이나 영업주를 함께 처벌하도록 하는 ‘양벌규정’ 때문이었다. 경제상황이 악화되고 있는 가운데 B씨는 양벌규정 때문에 애꿎게 검찰과 법원에 나와 진술하느라 쓸데없는 시간만 허비하는 꼴이 됐다. 법무부는 기업들의 이 같은 목소리를 반영, 기업규제의 상징처럼 돼온 양벌규정을 대폭 폐지하기로 했다. 기존 방식을 전면 개편해 업무와 무관한 종업원의 행위에 대해서는 영업주가 책임지지 않도록 해 부담을 줄여주겠다는 것이다. 종업원의 위법행위가 법인의 이해관계와 전혀 상관없다고 할 순 없지만 애꿎은 피해를 줄이고 기업활동에 불이익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재계는 반기는 분위기다. ◇양벌규정 처벌 법인 증가세=양벌규정 때문에 법인을 함께 처벌한 건수는 지난 2005년 2만7,481건에서 2006년 3만4,887건, 지난해 3만6,926건 등으로 꾸준히 계속 증가하는 추세다. 양벌규정이 기업 대표 등 애꿎은 전과자를 양산해온 셈이다. 법무부는 우선 건설산업기본법 등 392개 법률을 개정하고 관세법, 보건범죄단속에 관한 특별조치법 등 15개 법률에서는 징역형을 폐지하는 한편 의료법 등 7개 법률에서는 업무 관련성이 없는 처벌 규정을 폐지할 계획이다. 법무부의 한 관계자는 “양벌규정은 산업ㆍ건설(97개), 재정ㆍ경제(83개) 등 기업활동에 밀접한 분야에 집중돼 있어 해당 기업들이 제도 개선을 줄기차게 요구해왔다”며 “중소기업들도 직원의 잘못으로 회사 대표가 조사를 받기 위해 수사기관을 오가느라 경영에 어려움을 호소해왔다”며 양벌규정 폐지 배경을 설명했다. ◇징역형 대신 벌금형 적용도=이와 함께 영업주에게 관리ㆍ감독상의 과실이 인정될 경우에도 징역형 대신 벌금형을 적용해 기업활동에 불이익을 최소화할 방침이다. 대검찰청도 21일 관리ㆍ감독책임 조사는 법인 대표나 개인 영업주 대신 실무감독 책임자 조사를 원칙으로 하고 법인 대표 등의 조사가 필요한 경우에도 소환조사 대신 우편진술서 등 서면조사를 적극 활용하라고 지시했다. 양벌규정 개선으로 법인의 벌금 부담이 약 170억원가량 줄어들 뿐만 아니라 행정사범 감소에 따른 수사기관과 법원의 업무 감소로 527억원을 절약하는 등 연간 약 1,610억원의 사회적 비용을 절감하는 효과가 기대된다. 법무부는 또한 경미한 행정법규 위반에 대해 징역 또는 벌금형을 과태료 처분으로 완화하기로 했다. ‘행정형벌의 과태료 전환 방안’을 통해 그동안 행정의무 위반을 했을 경우에 개선ㆍ시정명령을 내리는 것보다 처벌 위주로 이뤄지던 관행을 개선한다는 복안이다. 정부의 이 같은 방침으로 일상생활의 경미한 행정법규를 위반해도 전과자로 기록돼 취업이나 해외여행 및 입찰제한 등의 불이익을 받았던 것이 크게 개선될 것으로 전망된다. 법무부의 한 관계자는 “예를 들어 운전자가 운전면허증을 휴대하지 않더라도 PDA를 이용해 면허 유무를 쉽게 확인할 수 있다”며 “이를 처벌하는 것은 맞지 않아 폐지하겠다”고 설명했다. 양벌규정의 개선(6,277명)과 행정형벌의 과태료 전환(약 9만9,000명)으로 연간 10만명의 전과자가 감소하고 기업활동과 국민생활의 편의가 제고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지나친 기업 봐주기가 아니냐는 비난을 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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