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박수 받을만한 야당의원의 국가원수 예우 제안

김성곤 민주당 의원이 대통령에 대한 최소한의 예우를 제안했다. 박근혜 대통령과 민주당 의원들에게 보낸 공개편지를 통해서다. 소속당인 민주당 의원들에게는 '설혹 박 대통령의 연설 내용이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중략) 박 대통령께 최소한의 예우를 보여주시기 바란다'는 내용의 편지를 보냈다.

백번 옳은 말씀이다. 우리나라 정치인들은 국가원수에 대한 예우에 관해서는 어린아이만도 못하다. 지난해 정기국회 개원식에서 국회연설을 위해 입장하는 이명박 대통령에게 여야를 막론하고 많은 의원이 일어서거나 박수를 치지 않았다. 20분이 넘는 연설 내내 박수는 단 한차례도 없었다. 임기말이어서 그랬는지는 몰라도 업적과 관계없이 자기 나라의 의회에서 이토록 무시당하는 국가원수는 없다. 김 의원의 지적대로 국격이 떨어지는 행태를 국회의원들이 일삼았다.

김 의원의 제안이 의미를 갖는 또 다른 이유는 집권여당도 아닌 야당이 악순환의 고리를 스스로 끊자는 용기를 보여줬다는 점이다. 국회에서 대통령을 무시하는 의원들의 행태는 새누리당이 먼저 시작했다. 고 노무현 대통령의 시정연설 때 당시 한나라당 의원의 대부분이 자리에서 일어서지도 않았고 이 대통령의 시정연설 때는 민주당 의원들이 똑같이 행동하며 앙갚음했다.

박 대통령의 시정연설을 앞두고 몰염치의 악순환을 끊자는 야당 의원의 제안이 성사돼 우리 국회는 물론 정치권 전체의 수준이 높아지는 계기가 되기 바란다. 이정희 통합진보당 대표가 박 대통령을 대통령으로 부르지 않고 '박근혜씨'로 호칭했다는 논란도 마찬가지다. 새누리당에서 석고대죄하라는 반응이 나왔지만 지난 2004년 한나라당 의원들이 정치풍자 연극인 '환생경제'에서 노 대통령을 육두문자로 욕보였던 사실을 떠올릴 필요가 있다. 어느 누구도 막말과 비례(非禮)에서 자유롭지 않은 마당에 4선 야당의원의 제안은 귀를 맑게 만든다. 정치권 모두가 말과 행동부터 정화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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