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빙 앤 조이] 강명숙 준위 "종교 없는 대원도 降下전엔 기도해요"

4004회 강하 공수특전사
첫 강하 때 "여자라 못 뛰어 내렸다"는 말 듣기싫어 무작정 점프
세계군인체육대회·호주 스카이다이빙대회 등 각종 대회 휩쓸어



"종교 없는 대원도 降下전엔 기도해요" [리빙 앤 조이] 4004회 강하 공수특전사 강명숙 준위첫 강하 때 "여자라 못 뛰어 내렸다"는 말 듣기싫어 무작정 점프세계군인체육대회·호주 스카이다이빙대회 등 각종 대회 휩쓸어 우현석 기자 hnskwoo@sed.co.kr 사진=이호재기자 관련기사 • 한국최고 특전부대 능력은 '상상초월' [영상] • KF-16 전투기 조종사 홍일점 만나보니… • '차세대 소총' 극비개발 • 요즘 군대서 가장 힘든 일은? • 잠수함 발사가능 '현무-3C 미사일' 개발추진" • 한국군 크루즈미사일 성능은 얼마나 되나 • 한국형 스텔스기 전투능력 알아보니… • 21세기 한국군 입으로만 훈련? • "북 잠수함, 남한보다 여섯 배나 많아" • K1A 소총, 왜 오발사고 발생하나 했더니… • 최신예 'B-2 스텔스' 폭격기의 놀라운 변신 • "백령도 포기땐 서울 위협받아" • 한국형 스텔스기 만든다 • 총알 한 발로 여러 명 저격? • 포탄 위험 알고도 계속 사용한 해군 첫 인상이 궁금했다. ‘남자들도 힘에 부치는 유격과 공수훈련을 마치고 낙하산 강하를 4,004번이나 감행한 여자는 도대체 어떻게 생겼을까.’ 공수특전사령부에 먼저 도착해 궁금증을 추스르며 기다린 지 3~4분 정도 지나 강명숙 준위(41)가 들어섰다. 여자로는 보통 키에 예쁘장한 얼굴이 도무지 천하무적이라는 공수특전단 같아 보이질 않았다. 오히려 강준위는 같은 또래의 여자들 보다 수줍음이 더 했다. 인사를 나누고 명함을 건네면서 흘낏 살펴 본 손도 조금 도톰했을 뿐 굳은 살이 박혀 있지도 않았고, 까칠해 보이지도 않았다. 오히려 동행한 사진 기자가 카메라를 들이대자 그녀는 “아이, 창피해”라고 했다. 같은 또래 아줌마들의 호방함(?)에 비하면 오히려 소녀 같았다. 그녀가 입고 있는 푸른 제복만 아니라면 누가 이 여인을 일당백의 공수부대원이라고 할 것인가. -낙하산을 타고 싶어서 특전사에 자원했다고 들었습니다. 힘든 훈련에 대한 두려움은 없었나요. “왜요. 훈련에 대한 두려움이 없지는 않았지만 유격훈련을 받고 나서도 힘들다는 생각은 안들었어요.” -아니, 유격이 안 힘들어요? “네 힘들지 않았어요.” -아무튼, 그래서요. “그래서 공수훈련도 힘들지 않을거라고 생각했지요. 그런데 선배들 말로는 공수훈련이 세상에서 제일 힘든 훈련이라고 하더라고요. 실제로 공수훈련을 받아보니 유격하고는 비교도 안될 정도로 힘들었어요. 그래도 그때는 훈련에 재미가 붙어서 이겨낼 수 있었어요. 아마도 내가 해냈다는 성취감 때문이었던 것 같아요.” 기자의 귓전을 울린 강준위의 대답은 내 머릿속으로 번져 나갔다. 그리고 25년 전 군 시절의 추억이 머릿 속에 파노라마 영상의 한 장면 처럼 펼쳐졌다. 하루 종일 유격훈련을 받고 귀대하던 우리 대대의 다리는 모두 나사가 풀린 것 처럼 후들거렸다. 그런데 빨간 모자를 쓴 조교는 발을 못 맞춘다고 소총의 총구를 잡아 머리 위에 올리도록 한 후 오리걸음을 시켰다. 유격훈련에 지칠대로 지친 병사들의 입에서는 단 냄새가 났고, 모두들 이내 진이 빠져 버렸다. 귀대한 병사들은 그 조교에게 별별 욕을 다 해댔고, 내무반에는 육두문자의 향연이 벌어졌다. 한창 때의 장정들도 혀를 내두르는 유격훈련을 이 아담한 체격의 여인은 힘들지 않았다고 한다. -훈련을 받으면서 ‘이렇게 힘든 걸 내가 왜 지원했나’ 하는 생각이 든 적도 있었지요? “물론 그런 적도 있었지요. 그래도 내가 선택한 만큼 책임을 져야겠다는 생각이 더 강했어요. 또 동기들과 함께 했기 때문에 서로 의지하면서 이겨낼 수 있었고요. 엄마는 ‘그렇게 힘든 걸 왜 하느냐’고 하셨지만, 아빠는 ‘남들도 다 하는 건데 너라고 못하겠느냐’며 힘을 주셨어요.” 강준위를 취재하기로 결심한 이유는 그가 여자의 몸으로 남녀를 통틀어 공수부대원 중 3번째로 많은 강하기록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기자는 여자와 남자가 극복할 수 있는 체력의 한계가 궁금했고, 나아가 그 한계를 뛰어넘을 수 있는 여자의 정신력이 궁금했다. -특전사에서 훈련을 실시할 때 남자 대원과 여자 대원간에 강도는(强度)의 차이는 있나요. “차이가 아주 없다고 할 수 없지만 대략 같다고 보시면 되요. 구보를 해도 같은 거리를 뛰고, 여자라고 열외 하는 훈련은 없어요. 다만 순간 순간 힘을 쏟을 때 극복하는 과정이 힘들었어요. 그래도 여자라고 처음부터 훈련강도를 조절해 주지는 않아요. 물론 남자 따로 여자 따로 훈련을 받는 경우도 없고요.” -결혼은 했나요. 가족관계는 어떻게 되지요. “예. 남편이 한 명 있어요.” -자녀는 몇이나 두셨나요? “아이는 없어요. 결혼한 지 3년 밖에 안됐거든요.” -그럼 남편은 뭐하는 분이세요? 기자는 그의 남편이 아마도 같은 군인일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예상은 빗나가고 말았다. “회사원이에요.” -남편도 특전사 출신인가요. 어떻게 만나셨나요. “해군 제대했고, 단학 동호회에서 만났어요.” 철(鐵)의 여인은 남편 얘기를 하면서 부끄러운지 눈을 밑으로 깔았다. 그래서 이야기는 다시 강하(降下)로 돌아왔다. -낙하를 할 경우 갖춰야 하는 군장의 무게는 얼마나 되나요. “낙하산에 따라 다른데 15㎏에서 23㎏ 사이에요. 무장을 하면 등에 지는 무게는 30㎏가 넘어요. 하지만 그런 짐은 전술 훈련을 할 때만 져요.” -헬기나 비행기에서 뛰어내린 다음 착지까지 시간은 얼마나 걸리나요. “3분에서 5분 사이에요. 낙하산의 회전이 빠르면 강하속도가 빨라져서 3분 정도 걸리고, 회전이 적으면 천천히 내려오기 때문에 5분까지 걸려요.” -가장 힘들었던 훈련은 무엇이었나요. “공수기본 훈련이 가장 힘들었어요. 공수훈련은 체력단련, 지상착지, 낙하산조종, 이탈훈련등으로 구성돼 있어요. 지금 타는 낙하산은 성능이 좋아 안 그렇지만, 기본 낙하산을 타면 착지할 때 뒹구는 경우가 많아요. 둥근 모양의 기본 낙하산은 기초 훈련을 할 때 사용하고, 숙달되면 활공이 가능한 사각형 낙하산을 타요. 활공 낙하산은 내려오는 높이를 1이라고 가정하면 수평 이동거리가 4~6정도 되는 낙하산이지요.” -낙하산을 펴기 전까지 약 40초 동안 ‘프리 폴’(free fall)을 할 때 떨어지는 순간 속도가 초속 60m에 달한다고 들었습니다. 처음에는 그 순간에 느끼는 두려움도 상당했지요. “그럼요. 처음에는 그 속도가 안되지만 일단 가속이 붙기 시작하면 시속 120㎞이상까지 속도가 붙어요. 처음에는 그 순간이 많이 두려웠어요. 하지만 항공기에서 뛰어내릴 때 ‘쟤는 여자라 못 뛰어내렸다’는 말을 듣기 싫었어요. 그런 모습을 안 보이려고 일단 용감하게 뛰어 내리긴 했어요. 나 하나 때문에 특전사 여군들을 욕보이고 싶지는 않았거든요. 지금 생각해보면 처음 뛰어내린 후 눈을 떴었는지 감았었는지도 모르겠어요. 그런데 한 3초쯤 지나서 하늘을 보니 낙하산이 펴져 있어서 안심이 됐어요. 그런데 착지가 가까워지니 제대로 땅을 디딜 수 있을지 또 두려워 졌어요.” -뛰어내릴 때 방심하면 자신뿐 아니라 동료의 생명까지 위태롭게 할 수 있다고 들었는데 왜 그런 일이 일어나나요. “낙하산이 펴지기 전에 다른 사람하고 부딪히면 생명이 위험할 수 있고, 펴지고 난 다음에는 옆 사람의 낙하산과 엉킬 수 있어요. 그러니 강하훈련을 할 때는 나의 안전이 다른 사람의 안전을 지켜주는 기본이지요.” -그런 위험에 처한 적도 있었겠네요. “낙하산을 폈는데 줄이 꼬이거나 끊어진 때도 있었어요. 그럴 때는 ‘이제 이런 조치를 취해야 겠다’는 판단력과 실행에 옮기는 타이밍이 중요하지요. 보통 낙하산에는 자동 산개(散開)기가 세팅돼 있는데 이 기계는 낙하산이 일정 고도 이하로 내려가도 펴지지 않으면 자동으로 작동해요. 하지만 보통은 대원들이 해결해요.” -그러면 그런 위기를 탈출하는 매뉴얼은 있나요. 아니면 매 순간 개인의 판단으로 위기를 벗어나야 하나요. “물론 이런 상황일 때는 이렇게 행동 한다는 매뉴얼이 있어요. 그런 상황이 닥치면 반사적으로 행동할 수 있도록 지상훈련과 이미지 트레이닝을 수 없이 되풀이 하지요.” -그런 일을 겪고 나면 다음 강하를 할 때 두려운 생각이 더 들 것 같은데, 이런 심리를 극복하기까지는 시간이 걸리지요. “그럼요. 많이 두렵지요. 하지만 빨리 극복해야만 다음 훈련에 임할 수 있어요, 그렇지 못하면 두려움에 볼모가 되는거지요. 다음 날 강하할 때 두려움을 극복해내면 그런 경험이 소중한 자산이 되요. 같은 상황이 닥치면 그런 경험을 해 본 사람이 훨씬 유리하거든요.” -매일 뛰어도 뛰어내릴 때 마다 두려운가요. “낙하산 개방을 할 때 마다 ‘과연 잘 펴질까?’하는 생각은 들지요. 지상에서는 누가 도와줄 수 있지만 공중에서는 믿을게 나 자신 밖에 없으니까요. 그래서 뛰어내리기 전에는 종교가 없는 사람도 모두 기도를 해요.” 강준위의 이 대답을 듣자 ‘자신에게 맡겨진 임무를 위해 한 짐 낙하산을 메고 허공으로 뛰어 내리는 젊은이들의 용기는 얼마나 숭고하며, 그들의 숙명은 또 얼마나 지엄한 것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강준위께서 생각하기에 여자대원의 전투력이 남자대원에 비해 어느 정도 된다고 생각하나요. “글쎄요. 남자와 여자대원의 전투력을 가늠하는 기준이 달라서 뭐라고 말하기가 조심스러워요. 우선 체력측정을 할 때 남자들은 턱걸이를 하지만 여자는 매달리기를 하거든요. 하지만 줄타고 오르기는 똑 같아요. 체력측정 기준은 다르지만 훈련은 똑 같이 받는다고만 말하는게 좋겠네요.” 강준위가 공수부대원 동료들에게는 어떤 의미인지 궁금해서 던진 질문이었다. 그런 의도를 눈치 챘는지 소령 진급을 앞둔 공보장교 신상석 대위가 한 마디 했다. “10년전 중위 때 공수훈련을 받고 있을 때였습니다. 훈련을 받고 있는 장교들도 특전사에 강하를 2,000번 넘게 한 여군이 있다는 사실을 귀동냥으로 들어 알고 있었지요. 그런데 하루는 강준위가 훈련장에 나타났어요. 그 때 강하를 경험하지 못했던 우리는 ‘저 사람이 강명숙’이라고 쑤군거리면서 선망의 눈초리로 쳐다 봤지요. 그런데 10년이 지나서 이렇게 만나게 될 줄은 몰랐어요” 그러면 특전사 장교들에게도 경외(敬畏)의 대상인 그녀에게 강하는 어떤 의미일까. -항공기에서 뛰어내릴 때 느끼는 희열이나 즐거움도 있지요. “그럼요. 비행기를 타고 올라가다 보면 ‘지금은 내가 해야할 일이 오로지 임무 하나 뿐’이라는 생각에 마음이 날아갈 것 처럼 가벼워요. 그리고 팀이 임무를 완수할 때 마다 느끼는 성취감은 대단해요. 후배들에게 착지점을 알려주면서 바람을 타고 찾아가는 즐거움도 있지요. 긴장은 되지만 그 만큼 즐거움도 커요.” -많게는 하루 10차례까지 강하를 했다고 들었습니다. 그렇게 많이 뛰어내리면 신체적 이상은 생기지 않나요. “사실 비행기만 타도 피곤해요. 거기다 강하까지 여러 번 하면 어깨, 허리 등이 아프지요.” -낙하를 하는 고도는 얼마나 되나요. “4,000피트가 기본이고, 1만피트에서도 훈련을 해요.” -그 동안 상도 많이 받으셨죠. “국내에서도 많이 받고, 98년 크로아티아에서 열린 세계군인체육대회에서 상호활동(Formation Sky Diving: 40초 동안 취한 액션으로 평가하는 종목)에서 2등을 했어요. 99년 호주 스카이다이빙대회 정밀강하 부문(지상의 3㎝ 원에 접근 정도로 평가하는 종목)에선 1등을 했고, 한중친선대회에서도 개인 1등을 했어요. -무식한 질문 하나 드리겠습니다. 남자 하고 싸움을 하면 대략 몇 명 정도나 상대할 수 있으세요. “내가 특전대원이고, 힘든 훈련을 받기는 하지만, 단순히 그런 식으로 비교할 수는 없어요.” 우문현답(愚問賢答)을 듣고 보니 ‘내친 김에 한 발 더 나아가 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부부싸움은 안 하시나요. “부부싸움도 안 해봐서 잘 모르겠어요. 처음 1년은 떨어져 살아서 싸울 시간이 없었고, 지금은 바쁘기 때문에 싸울 시간이 없어요. 또 남편이 절 많이 이해해 주는 편이라서…” 강준위가 은근히 신혼 재미를 자랑했다. 그래서 ‘신혼 때는 다 그런거라고 한 마디 더 해볼까’하다가 입안에 맴도는 말을 그냥 삼켜 버렸다. ‘피가 늦게 돌아’ 회전이 더딘 내 머릿 속이지만 ‘상대는 특전사 정예요원이니 몸조심 하는게 좋을 것’이라는 생각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입력시간 : 2007/11/28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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