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너스 금리시대의 대안으로 저금리 시대다. 그런데도 돈은 은행으로 몰리고 있다. 부동산 투자는 불안하고, 주가는 이미 많이 올라 마땅히 투자할 곳이 없기 때문이다. 안전하지 않은 투자를 하느니 차라리 은행에 맡겨두겠다는 심리가 저금리 시대에도 돈을 은행으로 향하게 하고 있다. 은행도 고민이다. 돈은 쌓이는 데 굴릴 곳이 없다. 고객이 맡긴 돈은 은행의 빚이다. 고객이 맡긴 돈을 굴려 원금에 이자를 보태 고객에게 돌려줘야 하기 때문. 은행도 예금금리 이상의 수익을 올리지 못하면 적자를 낼 수 밖에 없다. 시장 전문가들은 마땅한 투자처를 찾기 어려운 시기에는 서민금융을 ‘블루오션’으로 보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소액대출이 대부분이지만 필요로 하는 사람이 많기 때문에 적절한 신용평가 및 관리시스템만 개발한다면 오히려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시장이라는 것이다. ◇서민금융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자= 최근 부동산PF의 부실이 커지고, 기업대출 역시 경기침체로 주춤하다. 금융권으로선 믿을만한 자금운용처가 가계대출 밖에 안 남았지만 신용등급을 마냥 낮추면서까지 가계대출 시장을 넓히기는 불안하다. 자칫 대출회수에 문제가 생길 경우 소액다중의 속성 때문에 통제불능의 상태로 치달을 수도 있다. 은행들은 이 때문에 서민금융에 대해 일종의 ‘공식’을 갖고 있다. 신용등급이 낮은 서민대출은 부실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 현실은 공식과 다르게 진행되고 있다. 지난 9월말 현재 햇살론의 보증사고율은 0.007%에 불과했다. 거치기간이 1년인 창업자금과 사업운영자금은 포함되지 않았지만 당초 우려에 비해서는 양호하다. 서민 신용대출 부실에 대한 우려는 근거가 박약해졌다. 미소금융, 희망홀씨대출, 햇살론 등 다양한 서민상품이 나왔지만 수요는 여전히 넘쳐난다. 권택기 한나라당 의원에 따르면 미소금융의 경우 지난 9월까지 총 2,711명에게 235억5,000만원이 지원돼 당초 목표의 10분의1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바꿔 보면 10분의9에 달하는 서민시장이 아직 살아있다는 얘기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서민금융상품은 사업 초기에는 연체율이 낮지만 갈수록 상승하는 경향을 보여왔기 때문에 좀 더 지켜봐야 한다”면서도 “그 동안 외면해왔던 서민금융시장을 보다 체계적으로 들여다 본다면 새로운 시장으로 성장시킬 수도 있다”고 말했다. ◇금리 10~20%대 ‘중금리 시장’을 공략해야= 현재 국내 신용대출시장은 저금리와 고금리 시장으로 양분되어 있다. 이른바 ‘중금리’상품 자체가 없다. 제1 금융권은 서민대출을 꺼리면서 연 7% 안팎의 신용대출을, 2금융권은 1금융권이 외면하는 고객들을 상대로 연 30~40%대의 고금리 대출을 제공하고 있다. 햇살론과 희망홀씨대출이 연 10%대 금리이지만 주류를 형성하지는 못하고 있으며, 신용카드사들이 취급하는 카드론도 연 20%대 금리를 적용하고 있지만 신용등급에 제한이 있다. 캐피탈 업계도 20%대의 상품을 내놓고 있지만 실질 영업은 30~40%대의 상품에 집중돼있다. 중금리 신용대출 상품을 확대하기 위한 방안으로 대부업체의 중앙무대 진출이 거론되고 있다. 최근 저축은행을 인수하려는 대부업체들의 움직임에 관심이 쏠리는 것도 이 때문이다. 저축은행에 저신용자에 대한 대부업체의 대출노하우가 접목될 경우 10~20%대 신용대출 상품이 탄생할 것으로 기대된다. 캐피탈 업계에 대한 제도개선도 검토할 만하다. 가계대출 비중이 리스와 할부 등 본업을 초과할 수 없도록 한 여신전문금융업법 시행령상의 ‘대출업무 영위기준’이른바 ‘50%룰’을 개선해야 가계대출 확대를 통한 금리인하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여신협회 한 관계자는 “1금융권과 2금융권의 주요 공략대상이 신용등급에 따라 다르다는현실을 감안해야 한다”며 “고금리로 비판 받는 금융기관들이 합리적 금리를 적용한 대출상품을 내놓을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옥석 걸러내는 신용평가 업그레이드 시급= 서민들이 합리적인 금리에 대출을 받기 위해서는 보다 세밀한 신용평가 시스템이 갖춰져야 한다. 은행 등 금융권이 대출고객에게 적용하는 금리의 기준이 바로 신용등급이기 때문이다. 신용평가사들이 신용등급을 정할 때 검토하는 요소들은 통계적인 경험에 따른 것들로 연체 등 대부분 부정적인 사항들이 반영된다. 고객의 긍정적 사항들이나 상환계획의 이행여부 등은 제대로 반영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정부가 지난해 10월 신용정보법을 개정하면서 신용등급 평가에 4대 보험 납부실적, 한전 전기요금 완납 정보 등을 반영하도록 했지만 강제성이 없어 지켜지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서민금융기관 한 관계자는 “신용등급은 통계와 경험에 의한 것이기 때문에 결국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라는 문제일 수 있다”면서 “서민들 스스로 본인의 신용등급을 높이기 위한 노력을 하고, 신용평가사들은 이 같은 노력을 적절히 평가해 반영하는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