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명박 대통령의 중앙아시아 순방을 수행하고 있는 소설가 황석영씨가 13일카자흐스탄아스타나 현지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국내 진보진영에 대해 매운 소리를 했다. 황씨가 이 대통령의 우즈베키스탄·카자흐스탄 순방을 수행하고 있는 모습. /아스타나=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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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적 진보논객이자 소설가인 황석영씨가 13일 "(진보로부터) 욕먹을 각오가 돼 있다. 큰 틀에서 (현 정부에) 동참해가도록 노력하겠다"며 정치ㆍ경제 등 각 분야에서 진보진영에 쓴소리를 했다.
이명박 대통령의 우즈베키스탄ㆍ카자흐스탄 순방을 수행하고 있는 황씨는 이날 카자흐스탄 수도 아스타나의 현지 프레스센터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같이 말했다. 문화ㆍ예술인이 이 대통령의 해외 순방길에 동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며 황씨와 개인적인 친분이 있는 이 대통령의 지시로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황씨는 스스로를 중도론자로 규정하면서 "지난 정권을 좌파정권이라고 하는데 이라크 파병,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등 정책을 봤을 때 그게 어디 좌파정권인가"라고 반문했다.
황씨는 이어 "한국의 진보정당이라는 민노당도 비정규직 문제나 외국인 근로자 문제까지는 나가지 못하고 그저 노동조합 정도에서 멈춰 있다"면서 "좌파는 리버럴해야 하는데 과거 권위주의 정권 시절의 독재 타도나 민주화운동이 억압당했던 관행이 남아 있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현 정치권에 대한 황씨의 지적도 매서웠다. 황씨는 "영호남 토착인 한나라당, 민주당으로는 진보ㆍ보수를 따지기 어렵다"면서 "진보ㆍ보수를 할 단계까지 가지 못했으나 한나라당이 서울의 지지를 얻어 전국정당의 기틀을 잡은 것은 진전"이라고 평가했다.
용산 참사와 관련, 현 정부의 실책으로 규정한 황씨는 "해외에 나가 살면서 나는 광주사태가 우리만 있는 줄 알았다"며 "지난 1970년대 영국 대처정부 당시 시위 군중에 발포해 30~40명의 광부가 죽었고 프랑스도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그런 과정을 겪으면서 사회가 가는 것이고 큰 틀에서 어떻게 가야 할지를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황씨는 최근 북한의 강경 기류에 대해 "미국과 단둘이서 패키지로 타결하자는 것 같은데 서바이벌 게임이라고 본다"면서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 문제에 대해 현 정부가 대단히 전향적으로 유보한 것은 참 지혜로웠다고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그는 이어 "내년 상반기까지 대북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현 정부에서 해결하기 어렵다고 본다"면서 "내년 상반기까지가 고비"라고 전망했다.
황씨는 이명박 정부의 이념적 정체성과 평가에 대한 자신의 생각도 솔직하게 털어놨다. 그는 "일각에서 현 정권을 보수우익이라고 규정하고 있으나 스스로는 중도실용 정권이라고 하고 있다"면서 "이 대통령이 중도적 생각을 뚜렷하게 갖고 있는 것으로 나는 봤다"고 말했다. 황씨는 이 대통령이 서울시장 재직 시절 미국 뉴욕에서 만나 밤새도록 관심사에 대해 토론을 벌인 적이 있다.
그는 이어 물밑에서 현 정부에 대한 충고와 조언을 했다. 이 대통령을 처음 만나기 전에 사회단체 후배들과 의논을 했다면서 "그 자리에서 '개인적으로 이 대통령을 잘 알고 앞으로 대화를 하겠다'고 했더니 '누군가는 대화창구를 가져야 한다'며 동의했고 이번에 여기에 오고 대화하는 것도 다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황씨는 자신이 구상하고 있는 '알타이문화연합'에 대해서도 상세하게 설명했다. 알타이문화연합은 몽골과 남북한ㆍ중앙아시아를 아우르는 문화공동체로 핵심은 '몽골+2 코리아'다.
그는 "남북이 분단된 상태로는 국민소득 2만달러를 겨우 턱걸이하면서 근검하게 사는 것, 거기까지"라면서 "다른 획기적인 방법이 없으면 새로운 성장동력을 상상할 수 없는데 몽골이 있다면 가능하다"고 역설했다.
그는 "한반도 면적의 배에 달하는 동몽골 지역이 비옥한데 이 지역을 같이 개발하자는 것"이라면서 "미국으로 하여금 한반도 정전체제를 평화체제로 바꾸도록 하는 데 우리가 노력하고 북한과도 평화조약 및 상호 불가침조약을 맺으면 그 많은 병력들을 동몽골로 데리고 가 광활한 땅을 개발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