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정상회담] 절차와 과제

오는 6월 평양에서 열리는 남북 정상회담의 의제와 의전문제 등을 다룰 예비회담이 4월 말께 열릴 전망이다.박재규(朴在圭) 통일부 장관은 10일 『준비회담은 남북 양측에서 3~4명의 대표를 선정, 4월 중 정상회담 의제나 준비과정 전반을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준비접촉에는 우리측에서 통일부 고위 당국자와 청와대 비서관·보좌관급의 3~4명으로 이뤄지며 북측에서도 이에 상응하는 인사들이 참석할 것으로 보인다. 박지원(朴智元) 문화관광부 장관도 『앞으로 통일부가 북측과 직통전화를 통해 계속 협의할 것』이라며 『정상회담 의제는 준비회담에서 정할 것이나 이산가족 상봉과 남북 경제협력, 인도주의적 지원사업 등이 폭넓게 협의될 것』이라고 밝혔다. 朴장관은 이어 『북한은 이번 합의에 사전조건을 전혀 제기되지 않았다』며 『남북이 7·4 남북 공동성명에서 천명된 조국통일 3대원칙의 연장선상에서 정상회담을 추진하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남북한은 그동안 지난해 6월 베이징(北京) 차관급 회담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대부분의 당국 회담에서 의제를 놓고 극단적인 대립을 보여 준비접촉에서 의제선정과 관련해 격론이 오갈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정상회담이라는 최고위 당국자 간의 협상성격상 의제를 구체적으로 명시하지 않은 채 양측이 정치적 타결을 노릴 가능성이 있고 이 경우 실무접촉은 의외로 쉽게 합의에 이를 수 있다. 남북정상간에 포괄적으로 현안을 논의할 경우 군비 감축과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문제, 경제협력과 대북 인도적 지원, 이산가족 상봉을 비롯한 인적 왕래, 그리고 북한을 흡수 통일하지 않겠다는 의지 표명과 반응 등이 예상되는 의제들이다. 정부는 남북한 고위급회담 산하에 구성될 것으로 예상되는 부문별 공동위를 통해 이같은 현안들의 해결을 노리게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서해공단 사업과 북한특수 등 구체적인 경제협력 플랜과 1천만 이산가족의 고향방문 등이 우선적인 문제들이다. 또한 남북간 화해·협력의 장애요인이 돼 왔던 북방한계선(NLL) 침범, 무장 잠수정 침투 등 북한측에 의한 무력도발 문제도 거론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으나 정상회담이 첫번째 열린다는 점을 감안하면 현단계에서는 시기상조라는 지적도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북한측은 자신의 핵과 미사일 문제에 대한 직접적인 논의를 피하고 전민족 대단결 10대 강령과 회담의 원활한 진행을 위한 주한미군 철수, 보안법철폐 등 4개 요구사항을 중심으로 자신의 통일방안을 주의제로 삼을 가능성이 있다. 준비접촉에서는 또한 차기 준비접촉과 선발대 파견문제, 남북직통전화 및 휴대용 위성통신 전화의 사용문제, 경호범위와 방법, 언론사의 취재 문제 등이 상세히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남북 정상간의 호칭에 대해서는 김대중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라는 공식호칭이 있으나 북한이 외국원수를 대면할 때 각하라는 호칭을 쓰고 있는 것이 변수다. 또한 국가는 특수상황을 고려, 연주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정상회담에서는 국제관례대포 배석자를 둘 것으로 보이지만 남북 정상이 처음으로 가슴을 터놓고 하는 정상회담이니 만큼 배석자를 두지 않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고광본기자KBGO@SED.CO.KR 입력시간 2000/04/10 1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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