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터리/10월 21일] 시장과 미래를 믿자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자주 회자되는 단어가 하나 있다. 바로 ‘신뢰’다. 지금의 경제적 위기는 정책ㆍ시장ㆍ금융ㆍ환율 등에 대한 신뢰의 부족에서 오는 현상이라는 진단이다. 사람들은 어려움에 닥치면 긍정보다 부정적 사고로 빠지는 성향이 강하다. 지난 여름 배럴당 147달러까지 치솟았던 국제유가가 내년에는 절반 수준으로 떨어질 것이라는 삼성경제연구소의 전망을 귀담아듣는 사람이 많지 않았다. 그보다는 머지않아 유가 200달러 시대가 도래할 것이라는 골드만삭스의 전망을 의심 없이 더 믿는 분위기였다. 지금의 상황도 그렇다. 현재의 경제상황이 과거 IMF 외환위기 때와 외견상 유사할지 모르나 본질은 전혀 다르다는 주장을 믿지 못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그때와 비교해서 기업과 금융의 건전성이 아주 양호하고 외환보유액도 충분함을 강변해도 믿으려 들지 않는 불안심리가 팽배해 있다. “어쨌든 그래도 못 믿겠다”는 사고방식의 소유자들이 많다. “위기는 곧 기회다”는 말을 평소 밥 먹듯 하면서도 막상 어려움에 처하면 위기를 위기로만 보려고 든다.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은 엄두조차 못 낸다. 주가가 한번 내리면 계속 떨어질 것 같고 오르면 계속 올라갈 것 같은 환상에서 벗어나지 못해 번번이 손해만 보는 ‘개미투자가’와 하등 다를 바 없다. 실제로 우리 경제는 비관적이지 않다. 경상수지의 흑자 반전도 충분히 가능하다. 국제유가와 원자재가 하락으로 수입증가율의 둔화가 예상되는데다 수출전망도 어두운 측면만 있는 게 아니다. 수출주력품목의 경우 미국이나 유럽시장의 수요가 감소되더라도 브라질ㆍ중국 등 신흥시장이 아직은 건재한 편이다. 환율이 오른 만큼 가격경쟁력의 회복도 기대된다. 무역수지가 흑자로 반전되면 그만큼 환율상승 압력도 줄어들 수 있다. 외환분야에서도 세계 주요국의 국제공조, 정부의 대응조치 등에 힘입어 향후 점차 안정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다만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정부의 정책을 믿고 시장과 미래를 믿는 긍정적 사고를 가지고 그에 적합한 실행이 필요하다. 신용경색으로 자금난에 시달리는 기업을 지원하고 기업도 당면한 어려움을 경쟁력 강화의 기회로 삼는 적극성이 요구된다.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이 있다고 했다. 근거 없는 낙관도 나쁘지만 무리한 비관은 더더욱 금물이다. 객관적 판단과 일관된 정책이 정말로 긴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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