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내 친이명박계와 친박근계 간 계파갈등의 중심에는 세종시 문제뿐만 아니라 친박연대(현 미래희망연대)와의 합당, 당 공천 룰 등이 자리잡고 있다.
현재권력과 미래권력 사이에 빚어질 수밖에 없는 충돌이 한나라당에서 사사건건 친이계와 친박계 간 대립과 반목으로 표출되고 있는 것이다.
친박계로 4선인 이경재 의원이 17일 당 최고위원ㆍ중진의원 연석회의에서 친박연대와의 합당추진을 공개적으로 제안하자 친이계 최고위원인 박순자 의원이 친박연대만이 아니라 자유선진당과의 합당도 추진하자고 되받아쳤다. 친박연대 또는 선진당과의 합당문제는 당내 권력구조에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민감한 사안으로 당내에서는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 의원은 "2개월 전 최고ㆍ중진 비공개회의에서 친박연대와의 합당 추진을 제안했는데 그 뒤로 어떻게 됐는지 중간 상태인 것 같다"며 "최근 당명을 바꾸고 지방선거 준비에 나선 친박연대가 한나라당에 엄청난 치명상을 줄 수 있다"고 밝혔다.
반면 박 의원은 "한나라당은 보수와 중도파라면 항상 열려 있다. 그래서 친박연대만이 아닌 선진당과의 합당도 함께 터놓고 테이블에 올려놓아야 한다"며 "지난 대선 당시 한국노총과 정책연대를 할 때 많은 우려가 있었지만 지금까지도 계속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는 세종시 관련 당론 '채택' 또는 '변경'을 위해 다음주 중 진검승부를 펼칠 것으로 예상되는 당 의원총회 등을 앞두고 당내 양대 계파가 당 외연 확대과정에서 본격적인 세 대결을 예고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날 이 의원과 박 의원의 대립과 관련, 당의 한 관계자는 "당내 비주류로 상대적인 열세에 있는 친박계가 당내 세력확장을 위해 우군인 친박연대와 합당하려는 기도에 대해 주류로 다수의석을 확보한 친이계가 선진당까지 합당 대상에 포함시켜 '물타기'한 것 아니겠느냐"이라고 촌평했다.
이 의원은 또 당헌ㆍ당규개정특위가 대통령 경선에 국회의원과 당협위원장 참여금지를 추진하고 있는 것과 관련, "위헌 소지가 있다"고 반대했다. 그는 "정권 창출은 최고 정치행위인데 정치주역인 국회의원과 당협위원장을 옆으로 비켜서라는 게 무슨 발상인지 모르겠다"며 "계파갈등을 우려한 모양인데 대통령 당선인이나 경선자들이 통합의 리더십을 발휘하면 될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각종 선거에서 국민공천배심원단제도를 도입하는 것에 대해서도 "지금 당헌ㆍ당규대로 하면 할 수 있는데도 배심원단을 두는 것은 옥상옥(屋上屋)"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지난 4년 전에도 새로운 당헌ㆍ당규로 서류심사와 여론조사ㆍ경선 등을 거쳐 거의 완승하다시피했다"면서 "하지만 그 뒤 총선이나 재보선에서 이 같은 룰을 거치지 않고 해서 문제가 생긴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