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총선에서 우파 자민당이 예상대로 압승을 거둬 3년3개월 만에 정권을 탈환했다. 아베 신조가 이끄는 자민당은 중의원 선거에서 전체 의석 480석 가운데 과반을 훌쩍 넘은 294석을 확보하는 기염을 토했다. 반면 집권 민주당은 230석인 기존 의석 가운데 4분1에도 못 미치는 참패를 당했다.
일본 국민의 선택을 마땅히 존중해야겠지만 일본 정치의 우향우가 초래할 한일관계 악화와 동북아 평화에 미칠 악영향을 당장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아베의 외교안보 공약이 이웃나라를 자극할 시대착오적 내용으로 가득한 까닭이다. 자위대를 국방군으로 변경하기 위한 평화헌법 개정이나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가능하게 하는 국가안전보장기본법 제정 같은 공약들은 하나같이 동북아 정세에 격랑을 일으킬 사안들이다. 아베 총재는 선거기간 야스쿠니신사 참배는 물론 위안부 강제동원을 인정한 고노 담화까지 수정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중일 영유권 분쟁지역 센카쿠열도에 대한 경찰 주둔 공약은 중국과의 물리적 충돌까지 예고하고 있다.
자민당은 극우 성향의 일본유신회와 힘을 합치면 헌법 개정 외에 그 어떤 극우 공약도 법으로 현실화할 수 있다. 이시하라 신타로가 이끄는 일본유신회가 확보한 54석을 합치면 중의원 전체 의석 가운데 3분의2(320석)가 넘는 348석에 달한다. 320석을 넘으면 참의원에서 부결된 법안조차 중의원에서 재의결해 관철시킬 수 있다. 핵무장까지 외치는 극단적 극우세력과의 정책연대는 이웃나라 입장에서는 최악의 시나리오인 셈이다. 자민당의 연립정부 파트너로 지목되는 공명당이 개헌과 집단적 자위권 행사에 반대하는 것이 그나마 다행이다.
동북아 정세의 순항 여부는 전적으로 아베 총재의 역사인식과 외교정책에 달려 있다. 퇴행적 역사인식을 드러내거나 우경화 공약이 하나라도 현실화하는 순간 한중일 관계에 파란을 몰고 올 것이다. 그것은 일본이 국제적 고립을 자초하는 길이기도 하다. 일본의 외교적 고립은 내년 7월 참의원 선거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은 물론이고 당면한 경제난국을 헤쳐나가는 데도 장애물이 될 것임이 분명하다. 차기 아베 정부는 이웃국가들의 우려와 경고를 직시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