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연히 내야 할 세금을 빼돌리고도 호화생활을 누리는 파렴치범들의 탈세수법도 점차 고도화되고 있다.국세청이 발표한 1차 음성·탈루소득자 조사 결과 드러난 주요 탈세사례는 다음과 같다. ◇위장 이민자= 서울 강남구에서 산부인과를 운영하는 李모(51)씨는 소아과의사인 처와 함께 투자이민절차를 밟아 해외에 나가 영주권을 획득한 뒤 장남(21)만 해외에 남겨두고 가족이 다시 국내에 들어왔다. 李씨는 귀국후 병원을 계속 운영하면서 의료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진료 수입을 누락시켜 세금을 적게내는 한편 의약품 등 필요경비를 부풀리고 고용의사급여를 적게 계상, 2개 병원에서 최근 5년간 14억원의 세금을 빼돌린 사실이 적발됐다. 특히 李씨는 외국 영주권 소지자라는 신분을 이용, 탈세한 자금으로 빈번하게 해외여행을 하고 자녀의 해외 생활자금으로 송금하는 등 외화유출과 사치, 낭비생활을 해왔다. 국세청은 이들 부부에 대해 소득세 등 10억원을 추징했다. ◇주식 명의신탁후 변칙상속= 세금을 내지 않으려고 치밀한 계획아래 10여년간 준비한 지능형 탈세수법. 대학교수로 재직중인 金모(50)씨는 자신이 소유한 14층 건물을 자녀에게 주식형태로 증여하기로 마음먹고 부동산 임대법인을 설립, 계획적으로 10여년에 걸쳐 친·인척 등에게 주식을 명의신탁했다. 金씨는 자녀들이 성장해 소득원이 생기자 명의신탁했던 주식을 자녀들이 직접 매수한 것으로 위장해 35억원 상당을 변칙상속했다가 17억을 추징당했다. ◇변칙증여= 국세청이 TIS(국세통합전산망)을 이용, 주식이동상황을 조사하던중 걸려든 케이스다. 대구에서 기업을 경영하는 金모(60)씨의 아들은 자금능력이 없는데도 95~96년 계열사에 대한 유상증자에 참여, 45억원을 대출받아 대금을 납입한뒤 아버지 金씨로부터 증여받아 대출금 및 이자로 46억2,000만원을 갚은 사실이 드러났다. 또 대주주가 주식을 양도할 때는 양도차익에 대해 세금을 물어야 하지만 이를 신고누락한 사실이 포착돼 증여세 등으로 모두 30억8,800만원을 추징당했다. ◇불임치료 전문 유명산부인과 의사 수입금액 누락= 朴모(48)씨가 운영하는 산부인과는 서울 강남에서 시험관아기 시술 등 불임치료와 함께 여성전문 종합검진센터를 갖춘 유명 병원. 朴씨는 통상 시험관아기 시술이 1회에 그치지 않고 임신성공시까지 수차례 진료를 하게 되지만 수입금액신고에서는 이를 단 한번에 이루어진 것처럼 신고했다. 이를 수상히 여긴 국세청이 정밀조사해 탈루사실을 적발해 냈다. 또 朴씨는 고용의사에게 급여 4억3,100만원을 지급하고도 2억1,100만원만 지급한 것 처럼 축소하는 한편 병원건물 임대료도 적게 신고하는 치밀함을 보였다. 이는 수입금액 누락에 맞추기 위해 비용을 줄인 것이다. 국세청은 朴씨에 대해 소득세 등 7억6,500만원을 추징했다. ◇기업을 통해 조성한 자금으로 사채놀이= 서울 용산구에서 부동산임대업을 하는 이모(80)씨는 1,000억원대의 재산을 보유한 재력가로 임대사업장에 대한 조사과정에서 임대료를 과소신고하거나 사업자등록을 하지 않는 수법으로 7억4,200만원의 수입을 누락한 사실이 적발됐다. 자신이 보유한 주차장에 대해서는 주차장 사용료를 현금으로 징수한다는 점을 악용, 10억원 상당을 장부에 기록하지 않은채 관리했다. 李씨는 또 계좌추적결과, 본인 및 처제명의로 법인세를 내지 않은 돈으로 사채놀이를 함으로써 이자 수입 5억9,800만원까지 탈세했다. 국세청은 소득세, 법인세 등 22억원을 추징했다. /최상길 기자 SKCHOI@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