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형 합병추세] 선진국 "키워야 산다" 빅딜 지원

 - 공정위 '초대형 합병추세' 분석「클수록 좋다(THE BIGGER THE BETTER)」 작은 것이 아름다운 시대는 지나갔다. 미국 유럽연합(EU)등 선진국들은 최근들어 기업들의 글로벌화를 촉진하기 위해 과거에는 엄격한 잣대를 들이댔던 초대형 합병(MEGA-MERGER)을 적극 유도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와함께 세계 1, 2위를 다투는 기업들 조차 살아남기 위한 전략의 일환으로 초대형 합병을 선호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일 「초대형 합병의 추세와 경쟁당국의 대응」이라는 자료를 통해 이같이 분석했다. 공정위 분석은 최근 우리나라 대기업 빅딜이 난항을 거듭하고 있는 가운데 나온 것이어서 주목된다. ◇초대형 합병의 물결= 세계적인 초대형 합병은 미국 기업을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으며 유럽 기업이 이에 가세하는 형국이다. 지난해 세계 인수합병(M&A)의 규모는 금액 기준으로 무려 1조달러. 이 가운데 10대 초대형 합병이 전체의 절반을 차지할 정도로 메가머저의 열풍은 거세다. 석유화학 부문의 엑슨, 모빌간의 합병 규모는 800억달러에 달하며, 금융서비스 분야의 트레블러즈 그룹과 시티코프간 합병에는 700억달러의 거액이 오갔다. 미국 공정거래위원회(FTC)는 지난 98년을 인수합병의 해(MERGER MANIA)로 정했을 정도였다. 미국의 경우 지난 한해동안 4,500여건의 합병신고가 접수됐다. 90년대초에 비해 3배이상이 증가한 규모이다. FTC는 올해도 초대형 합병 열풍이 끊이지 않을 것으로 예견하고 있다. 올해에는 미국, 유럽시장을 중심으로 2조달러를 초과하는 인수합병이 이뤄질 것이란 전망이다. 인수합병 분야도 금융서비스, 석유화학, 통신, 자동차산업에서 공공서비스, 수퍼마켓, 의약제조및 도매등으로 점차 확산될 것이란 추정이다. 현재 거론되고 있는 거대 합병은 필립스 페트롤(미국)- 엘프(프랑스), 텍사코- 쉐브론(미국), 크라이슬러(미국)- 니산(일본), 힐튼 호텔- 마리오 가브렐리(미국) 등이다. 공정위는 지난 80년대의 인수합병은 도산기업 인수나 기업가치 제고가 주목적이었다고 분석했다. 인수합병이 기업의 세불리기를 위해 주로 사용됐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최근들어서는 인수합병이 생존을 위한 전략적 성격을 뚜렷이 나타내고 있다고 공정위는 파악했다. ◇급증 요인= 지난해 도이체방크는 뱅커스트러스트를 인수함으로서 중점적으로 추진해 왔던 미국 대륙상륙에 성공했다. 세계시장공략에 본격적으로 나설 수 있게 된 것이다. 또 그동안 취약했던 M&A를 비롯한 투자은행업무 분야에서도 사업을 대폭 강화할 수 있게 됐다. 뱅커스트러스트 역시 합병을 계기로 든든한 자금줄을 갖게 됐다. 초대형 합병이 물결을 이루고 있는 주요 원인은 시너지효과를 극대화함으로써 세계시장 점유율을 높이려는 전략짜기 경쟁이 뜨겁기 때문이다. 공정위는 글로벌화되는 판매시장에서 기존 유통시스템과 지역시장에 대한 지식을 활용키 위해,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기 위해 초대형 합병이 줄을 잇고 있다고 분석했다. 또 규제완화로 인해 시장구조가 변하고 경쟁촉진 여건이 마련됨에 따라 신상품, 신서비스시장으로 진입하기 위한 합병도 증가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초대형 합병에 대한 경쟁당국의 대응= 지난해 6월 미국 AT&T사는 TCI와의 인수합병을 발표했다. 그러나 미국 법무부(DOJ)는 AT&T와 TCI가 합치게 되면 TCI가 스프린트 PCS사의 지분을 23.5%나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무선이동통신시장의 경쟁저해 가능성을 우려했다. 합병후 PCS서비스공급시장에서 AT&T의 시장점유율이 약 80%에 달한다는 지적이었다. 그럼에도 FTC는 5년내에 TCI가 보유하는 스프린트 PCS의 지분을 처분하라는 단서를 달고 AT&T의 합병을 허락했다. 공정위는 최근 선진국 경쟁당국은 시장점유율에 따른 엄격한 접근방식을 지양하고 경쟁의 국제적 성격, 규모 축소산업에서의 비용절감 및 효율성 제고 여부, 전략적 제휴등을 새 평가 기준으로 고려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경쟁제한성을 판단하는 잣대가 정적인(靜的)인 개념에서 동적(動的)인 개념으로 바뀌고 있다는 것. FTC의 경우 글로벌 경쟁을 촉진하는 것은 국내 소비자보호와 국내 시장의 경쟁보호에도 도움이 된다는 입장을 강하게 비치고 있다. 합병의 결과 세계시장에서 강한 경쟁자를 만들 수 있다면 국내에서도 경쟁 증진적 효과를 가질 수 있으며 이를 합병심사에서 고려해야한다는 입장이다. 공정위는 선진국 경쟁당국은 기업합병에 적극적인 개입을 하지 않고 합병에서 비롯되는 반독금(독점금지법)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구체적 처방을 제시하는 데 역점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국가가 기업들의 합병에 훈수를 두고 있는 격이다. 한편 공정위는 기업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기업간 인수합병 자체에 대한 허용 방침을 밝혀 최근의 빅딜에 대해 따로 조치를 취하지 않을 것임을 강하게 시사했다. 【박동석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