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경제에 드리워진 수출전선의 먹구름이 유럽연합(EU)ㆍ중국에 이어 미국으로까지 확대되고 있다.
15일 관세청이 내놓은 '5월 수출입 동향(확정치)'을 보면 대미수출은 47억달러로 전년동기 대비 8.3%나 줄었다. 한달 동안 대중수출은 107억달러로 4.9% 감소했고 재정위기로 구제금융 공포에 시달리는 대EU 수출도 46억달러로 0.5% 축소됐다.
우리나라 수출에서 비중이 가장 큰 '빅3' 수출이 모두 마이너스로 돌아선 것은 지난 1월 이후 처음이다.
특히 우리나라 수출시장의 10.1%(지난해 말 기준)를 차지하는 미국 수출이 고꾸라지고 있어 문제의 심각성을 더한다. 올해 대미수출의 경우 1월에는 41억달러로 0.5% 감소했지만 ▦2월 56억달러(47.4%) ▦3월 59억달러(27.9) ▦4월 53억달러(4.2%)를 나타내는 등 전년동기 대비 견고한 증가세를 보였다. 하지만 유럽 재정위기가 확산되고 스페인마저 구제금융을 신청하는 등 유럽 위기의 여파로 5월에는 -8.3%를 기록했다.
유럽 위기가 유럽 수출감소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미국과 중국의 경기둔화로 이어져 이들 국가에 대한 수출감소가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다만 사우디아라비아ㆍ이란ㆍ이집트ㆍ이라크 등 중동지역에 대한 건설과 사회간접자본(SOC) 수출이 34억달러를 기록해 전년동기 대비 24.4% 급증하면서 수출 감소폭을 그나마 줄였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의 5월 수출은 지난해 같은 달보다 0.59% 감소해 3개월 연속 뒷걸음질쳤다. 우리나라는 지난달 수출 471억달러, 수입 448억달러로 22억6,000만 달러의 무역수지 흑자를 기록했다. 올 1월 22억달러의 무역수지 적자를 나타낸 후 4개월 연속 흑자의 모양새는 갖췄지만 수출과 수입이 모두 줄어드는 '불황형 흑자' 양상을 보이고 있다. 5월의 경우 수출이 전년동기 대비 0.59% 줄었지만 수입은 1.08% 감소해 수출감소 속도를 추월했다.
3월부터 수출과 수입이 모두 줄면서 불황형 흑자구조에 빠져드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됐지만 실제 수입감소 속도가 수출감소 속도를 앞지른 불황형 흑자가 나타난 것은 올 들어 처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