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0만㎡에 달하는 면적의 대부분이 얼음으로 뒤덮여 있어 세계의 끝 혹은 지구의 뚜껑이라 불리는 곳, 그린란드. 그린란드는 덴마크령으로 예산의 절반 이상을 본국에서 받고 나머지는 어업과 관광 수입으로 충당한다. 오랜 세월 이누이트 외에는 외지인들의 발길이 뜸했던 그린란드가 최근 큰 전환기를 맞이하고 있다. 지구 온난화로 광물자원 개발과 해상 운송의 길이 열리면서 얻게 될 '기회'때문이다.
점점 짙어지는 지구온난화 징후는 그린란드를 얼음의 중심이 아닌 새로운 해로의 전략기지로 탈바꿈시키고 있다. 1930년만 해도 얼음이 녹는 날은 140일에 불과했지만 2008년에는 180일이나 된다. 이는 곧 러시아 해안선을 따라 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최단항로인 북극 해로를 이용할 수 있다는 의미다.
보통 유럽에서 아시아로 가려면 수에즈 운하나 파나마 운하를 통과해야 하는데 화물선들이 북극 해로를 이용하면 대략 현재(약 2만㎞)보다 4분의1 이상 거리를 단축할 수 있다고 한다. 항해 시간이 40%(약 10일) 정도 줄어 운항 비용은 기존 대비 20% 정도 저렴하다. 해운회사들로서는 수백만달러에 달하는 연료와 인력을 절감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이 매력적인 항로에 각국의 관심이 쏠리면서 그린란드의 가치가 새롭게 부각되고 있는 것이다. 해빙이 녹으면서 금속·광물·석유자원 개발의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미국의 한 지질학 연구소에 따르면 북극에는 세계 매장량의 약 13% 달하는 천연가스와 액화가스·석유 등이 매장돼 있을 가능성이 높다. 거대 석유 기업들은 이미 그린란드 연안을 중심으로 원유 탐사에 나서고 있다. '얼어붙은 땅'이었던 그린란드는 이제 새로운 경제성장의 기회를 거머쥔 '뜨거운 지대'로 주목받고 있다.
우리나라의 연구개발(R&D)도 일종의 '빙하'같은 존재와 마주하고 있다. 쉽사리 진전되지 않는 사업화 현황이 바로 그것이다. 정부 R&D 사업이 좋은 성과를 거두려면 그 연구 결과물이 실제 산업에 적용돼 시장에서 빛을 봐야 한다. 하지만 정부 R&D 예산 투자가 매년 증가함에도 불구하고 정작 성과로 창출된 기술의 이전은 2011년 현재 24.6%에 불과하다. 수많은 R&D 결과물들이 연구실 구석에서 마치 북극의 빙하처럼 꽁꽁 얼어붙은 채 세월을 보내고 있는 것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많은 기업들은 성장동력을 찾기 위해 묵묵히 연구개발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세상에 없던 새로운 것, 시장을 뒤바꿀 만한 혁신적인 기술을 개발하기란 쉽지 않다. 첨단으로 무장해야 기술 경쟁력이 높아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시장 상황이 달라져 포기했던 기술, 신제품 개발에 매달리느라 잊고 있었던 특허에서 의외의 '기회'를 발견할 수도 있다.
세상은 빠르게 변하고 있으며 이를 예측하기란 너무 어렵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그린란드처럼 온난화의 우려 속에서도 새로운 기회를 맞이하는 곳이 있다는 사실이다. 우리가 기존의 R&D를 다시 되짚어보고 연구개발 활동을 멈추지 않아야 할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