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카드를 훔쳐 타인의 예금을 자신의 계좌로 이체한 후 이를 인출한 경우 절도죄로는 처벌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3부(주심 김영란 대법관)는 24일 절도·사기·혼인빙자간음 혐의로 기소된 임모(32·무직)씨에 대한 상고심에서 절도 부분을 무죄로 판단, 사건을 원심으로 돌려보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훔친 신용카드를 이용해 현금지급기(ATM)에서 돈을 인출한 경우에는 ATM 관리자의 의사에 반해 돈을 자신의 지배하에 옮긴 것이므로 절도죄가 성립하지만, 자신의 계좌로 돈을 이체한 뒤 인출한 행위는 컴퓨터 사용 사기죄에 해당함은 별론으로 하고 절도죄로는 처벌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카드 자체를 훔친 행위에 대해서는 공소 사실에 포함되지 않아 판단하지 않았다.
일용직 근로자인 임씨는 지난 2005년 김모씨 등 여성 2~3명에게 직업·학력 등을 속여 결혼할 것처럼 접근한 뒤 수차례 잠자리를 같이하고, 김씨의 신용카드를 훔쳐 500여만원의 예금을 자신의 통장으로 이체하는 등 수천만원의 피해를 입힌 혐의로 기소돼 1·2심에서 징역 2년6개월을 선고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