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마워요, FRB" 투자심리 급속 안정
금리인하 기대에 외국인 매도 주춤"급격한 조정 막바지 달했다" 분석도
전재호 기자 jeon@sed.co.kr
코스피지수의 사상 최대폭 상승은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적극적인 시장 개입 의지가 시장에 전해지며 투자심리가 안정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그 동안의 급격한 조정이 막바지에 달한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급락세 진정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본격 반등까지는 아직 지켜봐야 할 변수가 있다며 조심스러운 입장을 밝혔다.
◇재할인율 인하, ‘구원투수’로 등장=FRB의 재할인율 인하가 시장에서 미국 정부의 금융시장 안정을 위한 적극적 의지 표현으로 받아들여지면서 신용경색으로 굳어진 투자자들의 심리를 완화시켰다. 또 지난주 말 미국 의회가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에 대해 미국 정부의 적극적인 대처를 촉구한 것도 시장에서는 긍정적으로 평가됐다. 민상일 한화증권 애널리스트는 “미국이 긴급자금 대출에 이어 재할인율을 인하하면서 유동성에 대한 우려가 지불능력 위기로 옮겨갈 여지는 크게 낮아졌다”며 “이번 조치로 향후 FRB의 행보가 금리인하로 연결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형성돼 시장에 만연된 위험자산 회피 심리도 개선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글로벌 유동성이 풍부해질 경우 외국인 매도 강도도 예전 같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오현석 삼성증권 투자정보파트장은 “해외 현지법인에 따르면 현재의 외국인 매도는 헤지펀드의 유동성 확보 때문인 것으로 추정된다”며 “단기 유동성 위축이 진정된다면 투매로 인한 지수 급락이 추가적으로 나타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 이날 글로벌 증시가 다소 진정되는 모습을 보이면서 외국인 투자가들의 매도세도 누그러지는 모습을 보였다. 지난주에만도 2조6,000억원가량을 팔아치운 외국인들은 이날 장 초반 순매수로 돌아섰다가 3,796억원 순매도로 마감했다.
이날 급등에는 그 동안 주가가 과도하게 빠졌다는 인식도 크게 작용했다. 우리나라는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로 인한 피해가 크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증시는 큰 폭으로 떨어졌었다. 과거 경험상 증시에 큰 영향을 주는 ‘쇼크’가 있더라도 지수는 고점 대비 20% 하락하는 데 그쳤기 때문에 조정 국면이 막바지에 달한 것 아니냐는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코스피지수는 서브프라임 이슈가 부각되며 최근 3주 만에 18%가량 하락했었다.
◇본격 반등까지는 갈길 멀어=재할인율 인하가 서브프라임 부실과 엔캐리 자금 청산 우려로 불안해 하던 금융시장에 진정제 역할은 톡톡히 했지만 본격적인 반등을 이끌기에는 부족하다는 지적이 많다. 서브프라임이 야기한 신용경색은 유동성을 늘리면 진정시킬 수 있지만 서브프라임 문제 자체는 해결되지 않기 때문이다. 또 서브프라임 부실의 원인이 됐던 미국 주택경기 침체도 장기화될 가능성이 있어 투자기관의 손실이 향후 언제든 불거질 수 있다는 점은 지속적인 불안요소로 남을 것으로 보인다.
소재용 하나대투증권 애널리스트는 “FRB가 적극적으로 나선데다 경기 등 펀더멘털도 비교적 양호해 투자심리는 점차 회복될 것”이라면서도 “서브프라임으로 인한 손실이 어느 정도인지 파악이 안되기 때문에 근본적인 문제해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서브프라임 이슈가 근본적으로 해결되지 않았기 때문에 이날 급등에도 불구하고 본격적인 반등까지는 다소 시간이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시각이다.
최재식 대신증권 애널리스트는 “급락에 따른 조정은 일단락된 것으로 보이지만 재할인율 인하만으로는 신용경색을 해소할 수 없기 때문에 반등은 제한적인 수준에 그칠 수 있다”고 말했다.
이현주 동양종합금융증권 애널리스트도 “재할인율 인하는 실질적인 효과보다는 ‘정책 당국이 주목하고 있다’는 심리적인 효과가 더 크다”며 “신용경색이 3ㆍ4분기 말까지 지속되고 그 동안 조정국면도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입력시간 : 2007/08/20 17: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