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이 업종을 넘나들며 사업다각화를 추진하면서 산업계에 신흥 라이벌 지도가 짜여지고 있다. 새로운 라이벌들은 맞수로 떠오른 상대의 전략을 파악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전자 및 중공업 분야로 신규 진출한 업체들이 잇따라 설비가동 및 기술개발ㆍ상품양산화 등에 나서면서 신사업 부문에서 치열한 접전을 펼치고 있다. ◇전자소재는 업종 크로스오버의 전쟁터=전자소재산업은 디스플레이 및 정보통신 사업을 중심으로 업종을 넘어선 신흥 진출기업들의 제품생산이 본격화되고 있다. 전자회로 핵심부품인 연성동박적층필름(FCCL)만 해도 케이블 제조사와 화학ㆍ섬유ㆍ전자업체들이 업종을 넘나들며 경합을 벌이게 됐다. LG전선은 오는 9~10월께 정읍공장에서 FCCL의 시제품을 생산할 계획이고, 제일모직도 미국 듀폰사와 합작사인 에스디플렉스(SD플렉스) 구미공장을 통해 3ㆍ4분기 중 양산화를 시작한다. 또 LG화학과 두산전자BG, 도레이새한이 올해부터 각각 청주와 익산, 구미공장에서의 FCCL 생산을 본격화한다. 차세대 평판디스플레이 소재인 유기EL(OLED) 사업에서도 화학섬유와 전자업종간 경계가 깨어지고 있다. ㈜코오롱의 경우 자회사 네오뷰에 대한 국내외 투자ㆍ기술유치를 통해 올해 말까지 유기EL을 상용화할 방침이다. 또 대우일렉트로닉스와 SKC 역시 각각 시제품 생산과 양산체제 구축을 본격화하겠다고 밝혀 국내 유기EL 분야에서의 삼성SDI 독주체제가 무너질지 주목된다. ◇중공업 분야에서는 M&A 통해 진출한 신흥기업들 ‘불꽃’=중공업 분야에서는 주로 기계ㆍ부품산업 등을 중심으로 경쟁관계 재편이 본격화되고 있다. 이중 ㈜효성과 LG산전, 두산중공업은 각각 자동차부품, 초고압전력기기, 건설중장비 분야에서 강세를 보일 전망이다. 특히 두산중공업은 지난달 11일 대우종합기계의 최종인수자로 확정됨에 따라 공작기계와 건설중장비 부문에서 각각 통일중공업, 현대중공업 등과 새로운 맞수로 경합하게 됐다. 또 ㈜효성도 현재 매각입찰 중인 대우정밀에 대해 이달 말쯤 인수가격 등을 담은 최종인수제안서를 제출할 예정이다. 효성이 대우정밀을 인수할 경우 자동차 에어백 및 모터엔진 등 자동차부품 분야에서 각각 ㈜코오롱 등과 어깨를 견줄 것으로 보인다. LG산전은 올해 100킬로볼트(kV) 이상의 초고압기기 사업 진출을 본격화하고 관련 신기술 개발 등에 나선다는 전략이어서 ㈜효성 등과의 경쟁이 뜨거워질 전망이다. ◇부품 국산화 효과 기대, 공급과잉은 우려=기업들의 사업다각화에 따른 신흥 라이벌 구도 정착은 국내 산업계에 기술경쟁력 향상과 부품 국산화율 상승 등의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업계 관계자들은 내다봤다. 특히 PDP 및 LCD 등 디스플레이 제품들의 경우 부품 국산화율이 40%선에도 못 미치고 있어 신흥 진출기업들의 활약이 두드러질 전망. 하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국내 기업들이 지나치게 특정 인기사업 분야에 한꺼번에 몰림에 따라 과잉 설비투자와 제품공급 과잉에 따른 경영압박도 우려되고 있다. 주대영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최근 전자산업 등을 중심으로 기술전파속도가 빨라지면서 경쟁국간 기술평준화가 이뤄지고 있고 일본ㆍ대만ㆍ중국 기업들의 경쟁적인 설비투자가 이어지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국내 기업들이 특정 사업 분야로 집중해 투자에 나선다면 제품공급 과잉에 따른 시장의 조기침체를 겪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