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계의 최대 화두로 부상한 지배구조 개선 문제는 지방은행들에도 뜨거운 감자다. 지금이야 우리금융ㆍKB금융 등 거대 금융지주사 수장 교체 이슈로 관심권 밖에 벗어나 있지만 모그룹인 우리금융의 신임 회장이 확정되면 상황에 따라 자회사인 광주은행ㆍ경남은행의 상부 지배구조에도 영향을 줄 수 있는 탓이다.
특히 금융당국의 바람대로 우리금융 민영화 작업이 조기에 시작되면 광주은행과 경남은행의 분리매각 이슈도 다시 부각될 것으로 전망된다. 당연히 BS금융그룹(부산은행)과 DGB금융그룹(대구은행)의 지방은행 인수경쟁도 재점화될 수밖에 없다. 한마디로 지배구조가 어떻게 변하느냐에 따라 모든 지방은행들의 이해관계가 크게 엇갈릴 수 있다는 얘기다.
◇광주ㆍ경남은행장 거취 놓고 정중동=지배구조 문제와 관련해 가장 촉각을 곤두세운 곳은 우리금융 계열사인 광주은행과 경남은행이다. 송기진 광주은행장과 박영빈 경남은행장 모두 이팔성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임명한 인사란 점에서 신임 우리금융 회장이 재신임을 물을 가능성이 높다.
박 행장의 경우 한미은행 출신으로 경남은행 부행장, 우리금융지주 부사장 겸 우리투자증권 전무를 겸임한 후 지난 2011년 행장 대행 자격으로 경남은행 수장 자리에 올랐다. 우리은행 출신이 아니라는 점과 그룹 내 이동 궤적이 이 회장과 상당히 겹친다는 점이 부담이다.
송 행장은 상업은행 출신으로 노조위원장을 역임했다. 그만큼 우리은행과의 인연의 끈이 깊다. 이 회장과 함께 2008년 6월 행장 자리에 오른 후 연임을 하고 있다. 이순우 우리은행장의 거취에 변화가 있을 경우 차기 수장 후보로도 오르내린다. 송 행장의 이 같은 유동적 상황 때문에 벌써 7~8명의 인사가 후임을 노린다는 이야기가 들린다.
이들 지방은행의 행장이 교체되면 부행장급 임원들의 도미노 인사가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반면 성세환 부산은행장과 하춘수 대구은행장, 김한 전북은행장 등은 상대적으로 지배구조가 안정적이다. 성 행장은 지난해 3월에 취임해 임기가 오는 2015년까지이며 하 행장과 김 행장은 지난해 연임에 성공해 각각 2015년, 2016년까지 임기를 남겨두고 있다.
◇시중은행 능가하는 지방은행 탄생 예고=광주은행과 경남은행이 행장 교체 여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면 부산은행과 대구은행은 지방은행 인수합병(M&A) 이슈에 주목한다.
그중에서도 가장 큰 관심은 경남은행에 있다. 부산은행과 대구은행 모두 경남은행 인수 의지를 숨기지 않는다. 부산은행은 지역 밀착도가 높다는 이유에서, 대구은행은 겹치는 영업 권역이 없어 시너지 효과가 크다는 점을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다.
각자의 명분이 어찌됐든 경남은행 인수는 지방이란 지역적 한계를 벗어나 자산 성장이란 숙제를 단번에 해결할 수 있는 기회다. 실제로 두 은행 중 한 곳이 경남은행을 인수하게 되면 시중은행을 능가하는 초대형 지방은행이 탄생하게 된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현재 부산은행과 대구은행의 총자산은 각각 39조8,349억원, 33조8,861억원인데 경남은행(28조9,003억원)을 인수하면 각각 69조원, 63조원으로 수직 점프한다. 이는 SC은행(64조7,791억원), 씨티은행(51조5,363억원) 같은 시중은행과 맞먹거나 능가하는 수준이다.
광주은행의 경우 전북은행이 인수할 수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지만 자금 여력을 감안했을 때 가능성은 높지 않다. 김 행장은 최근 기자와 만나 "지방은행 인수는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오히려 현재로서는 경남은행 인수에 실패한 곳이 광주은행 인수에 나설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