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국가로 생각하기 쉽지만 우리 민족의 역사를 살펴보면 선조들의 국제무역이 매우 활발했음을 알 수 있다. 얼마 전 종영한 인기 드라마 ‘주몽’의 여주인공인 ‘소서노’의 아버지 ‘연타발’이 문헌 기록상 최초의 국제무역상으로 고구려 건국에 큰 힘이 됐다는 것이나, 신라 왕자 ‘김태겸’이 700여명의 사절단과 함께 일본과 대형 무역을 성사시킨 것 등은 당시 활발했던 국제무역의 분위기를 전해주는 일화라 하겠다. 또한 많이 알려진 바와 같이 통일신라의 ‘장보고’가 거상(巨商)이자 해상왕으로 유명했던 것을 보면 우리의 국제무역이 세계적인 수준이었음을 알 수 있다.
같은 맥락에서 볼 때 고려의 수도인 개성에서 30리쯤 떨어진 예성강 하류에 번성했던 ‘벽란도’라는 무역항은 개성상인 ‘송상(松商)’과 함께 선조들의 국제 거래를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곳이다. 이곳에는 중국 송나라와 일본의 상인들은 물론, 멀리 아라비아 상인들까지 찾아왔다고 한다.
기록에 따르면 이슬람제국은 100여명의 사절단이 찾아와 고려 왕에게 선물을 바쳤다니 당시 국제무역항 ‘벽란도’의 위상을 짐작하게 한다. 이러한 배경으로 우리 민족이 서양 세계에 ‘코리아(Corea)’라는 이름으로 불리게 됐다는 것은 널리 알려져 있다.
이후 천년여를 지나온 지금 우리나라는 한미간의 자유무역협정(FTA)이 타결됐다는 소식에 온 나라가 들썩이고 있다. 이번 미국과의 FTA를 시작으로 앞으로 세계 각국과 FTA 논의가 본격적으로 시작될 것이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대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무역 경험이 적은 벤처기업들이 외환위기 이후 최대의 시험을 치러야 한다는 위기론이 그것이다.
하지만 과거와는 달리 많은 벤처기업들에 FTA는 글로벌시장을 향한 새로운 기회가 될 것으로 판단된다. 벤처기업의 진출이 많은 부품ㆍ소재산업 관련 부문에서 글로벌시장으로의 적극적인 진출이 검토되고 있고 벤처기업의 절반 이상은 이미 해외에 진출했거나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 FTA와 상관없이 벤처기업의 세계시장 도전은 이미 필연적인 단계에 이르렀다고 할 수 있다. 새로운 글로벌시장 환경을 맞아 그동안 축적된 벤처에너지를 발휘할 때라고 생각한다. 기술 개발과 고객 관리를 강화하고 국제경쟁력을 배양해 새로운 시장을 선점해나가야 하기 때문이다.
천년 전 역사 속 거상들이 그러했듯 현재 우리 ‘벤처 거상(巨商)’들도 특화된 경쟁력과 열정으로 과거 국제무역의 중심에 섰던 선조들의 자부심을 이어나가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