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투자자 한국 재평가… 나스닥 상장 청신호"

흑자 전환·기업가치 15억달러 평가 받은 김범석 쿠팡 대표


"창립 22개월 만에 이룬 쿠팡의 흑자전환에 투자자들이 놀라고 있습니다. 내년을 목표로 준비하는 나스닥 상장에도 청신호가 켜졌습니다."

최근 미국 온라인 경제전문지 '비즈니스 인사이더'가 발표한 비상장 정보기술(IT) 분야 글로벌 신생기업 가치평가에서 15억달러로 19위에 오른 소셜커머스업체 쿠팡의 김범석(35ㆍ사진) 대표는 "모바일로 빠르게 확장하는 국내 전자상거래시장의 맥을 짚은 성과"라며 이같이 말했다. 비즈니스 인사이더 평가에서 한국 기업이 포함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김 대표는 월가의 유명한 투자자 빌 애크만 등 투자사 5곳으로부터 20억여원의 투자를 받아 지난 2010년 8월 쿠팡을 설립해 2년 만에 국내 전자상거래업계 5위권(방문자 수 기준)에 올려놓았다. 그 사이 직원과 월 거래액은 각각 7명, 1억9,000만원에서 750명, 525억원(5월 기준)으로 수직상승했다.

올해 매출목표 7,500억원 달성도 무난할 것으로 기대한다는 김 대표는 "아마존닷컴이 7년 만에, G마켓은 4년 만에 손익분기점을 넘어섰는데 쿠팡은 22개월 만에 이를 달성해 투자자들이 세계 전자상거래시장에서 최단기간이라고 평가하고 있다"며 "쿠팡의 성장을 보면서 미국 투자자들이 한국 시장을 재평가하고 있어 국내 벤처들의 투자 유치에 물꼬가 트였으면 한다"고 말했다.

12세에 미국으로 이민 간 김 대표는 하버드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보스턴컨설팅그룹에서 2년간 일하다 격월간 시사잡지 '커런트'를 창간했다. 사회와의 소통을 리더의 덕목으로 여기는 하버드대에 다닐 때 동아리 '커런트'를 만들었던 그는 젊은 세대를 겨냥해 이 잡지를 창간해 10만부 이상씩 발간하다 뉴스위크지에 매각했다.

안정된 직장 대신 왜 벤처 창업에 나섰느냐는 질문에 그는 "사회에 필요한 가치를 내 손으로 만들어가는 매력이 남다르다"며 "기존 조직에서는 하나의 부품이라는 느낌이 들지만 벤처는 세상에 없는 서비스를 기획해 많은 사람들과 열정적으로 일하면서 함께 성장하는 기쁨이 크다. 세상에 내 이름도 남길 수 있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김 대표의 한국행은 2002년 서울대 방문학생 시절 경영대 수업을 통해 한국의 발 빠른 소비 패턴과 전자상거래시장의 성장세를 간파한 것이 계기가 됐다. 그는 "IT 인프라가 잘 돼 있고 뛰어난 인적자산이 풍부한 나라가 흔치 않으며 경기가 유럽처럼 침체되지도, 미국처럼 정체되지도 않았다"며 "한국만큼 사업하기 좋은 조건을 갖춘 나라도 드물다. 연간 32조원 규모의 한국 전자상거래시장은 모바일로 확장하며 성장세가 이어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규제가 까다롭고 혁신적인 사회 분위기가 미흡해 젊은 인재들이 도전을 두려워하는 것은 아쉽다고 지적했다.

소셜커머스는 업체들을 모아 사이버장터를 만들었던 기존의 오픈마켓과 달리 상품을 직접 골라 이용자들에게 권하는 '사이버 보부상'. 그는 "오픈마켓에는 10만개 이상의 상품이 있어 소비자가 원하는 것을 고르기가 쉽지 않다"며 "쿠팡은 직원들이 직접 고른 상품을 검토하고 업체를 평가해 판매하므로 저렴한 가격에 우수한 품질이 보장돼 재구매율이 높다. 지방의 중소상인들과도 윈윈할 수 있는 모델"이라고 강조했다.

미국에서 할인권을 주로 거래하는 소셜커머스인 구루폰을 모델로 한 쿠팡은 국내에서 공산품으로 영역을 확대하며 진화했다. 그는 "주문한 상품이 하루 만에 배달되는 나라는 한국뿐"이라며 "제조기술로 글로벌 기업이 된 삼성처럼 나스닥에 성공적으로 상장해 세계 전자상거래시장을 주도해나가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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