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대국이 된 국가들에는 공통점이 있다. 충분한 인구와 영토는 물론 자원과 경제ㆍ군사력을 갖췄다. 물론 이것만으로 강대국이 될 수는 없다. 국가나 사회 전체를 아우르는 '내공'이 있어야 한다. 그것은 바로 시스템이다. 정치 등 상부구조뿐 아니라 경제나 사회 등 하부구조의 국가 시스템 전반이 탄탄하게 구축돼 있어야 한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선진국과 후진국에서 작동하는 엔진은 같을 수 있다. 하지만 후륜구동차와 4륜구동차의 작동원리와 힘이 다르듯이 그런 미세한 차이가 선진국과 후진국을 가른다"고 지적했다.
서울경제신문이 지난 3월18일부터 현재까지 11부 51편에 걸쳐 '국가 시스템을 개조하자'라는 대형 시리즈를 연재해온 것도 굳건한 시스템 구축이 절실하기 때문이다. 압축성장은 이뤘지만 정치는 과잉인데다 국격에 맞지 않게 후진적이고 국회는 경제 살리기의 발목을 잡으면서 '갑 행세'를 하는 데 여념이 없다. 이뿐이 아니다. 깊어지는 양극화, 불안한 사회안전망, 여전한 부패고리 등 바꿔야 할 것이 산더미 같다. 강봉균 군산대 석좌교수(전 재정경제부 장관)는 "상처 난 시스템을 개조하지 못하면 선진국 문턱을 넘는 게 쉽지 않다"고 진단했다.
국가 시스템 개조 시리즈를 통해 전문가들이 제시한 시스템 구축의 키워드는 이런 줄기에서 선명했다. 원칙, 신뢰, 통합, 공존, 비차별, 차이의 인정 등이다. 합리성에 기인한 원칙을 훼손하지 않는 법 집행은 물론 행정법령ㆍ사회안전망 등을 만드는 게 우선이다. 소수 엘리트 중심이 아니라 시민사회 전체를 아우르고 참여하되 차이를 인정하는 문화도 만들어야 한다. 정책의 일관성, 정치나 관치 우위에 대한 경계도 필요하다. 바로 힘의 균형이다. 그래야 신뢰도 쌓인다. 더욱이 공존은 신뢰가 없으면 불가능하다.
"국민 세 명 중 두 명이 '대한민국은 불투명하고 믿을 수 없다'고 했다(본지 3월18일자 4면 참조)"는 설문조사 결과에서도 나타났듯이 국회는 물론 사법ㆍ재계 등 전반에 대한 불신이 너무 깊다.
경제규모에 걸맞은 지속 가능한 복지정책 수립도 중요하지만 아직은 성장이 더 중요하다. 복지가 필요하지만 눈높이를 무조건 선진국에 맞춰서는 안 된다는 얘기다. 국가 시스템을 개조하되 '한국형 모델'이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전문가들 역시 "우리 현실에 맞지 않는 선진국 시스템을 무분별하게 도입하는 것은 실패의 지름길"이라고 강조했다.
서울경제는 앞으로 계속될 국가개조 시리즈를 통해 한국형 모델에 맞는 국가 시스템을 지속적으로 제시해나갈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