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증권사의 콜차입 규제를 완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주식시장의 건전성이 강화돼 콜차입에 따른 리스크 우려가 줄어든 상황에서 최근 증권사들의 경영상황이 크게 악화됐기 때문이다.
금융위원회의 한 고위관계자는 8일 "내년부터 시행되는 증권사 콜차입 금지제도에 대한 유예기간을 줘서 중소형 증권사들이 받는 충격을 완화하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며 "10월 중에 개선된 정책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내년부터 증권사의 콜차입을 금지하는 제도를 놓고 현재 시장 상황에 맞게 보정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며 "유동성 리스크가 없는 증권사의 경우 콜차입을 허용하거나 차입 금지를 단계적으로 추진하자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위는 이미 지난달 초 금융감독원ㆍ한국은행ㆍ은행연합회ㆍ금융투자협회 등과 함께 단기자금개편 태스크포스(TF)를 꾸렸다.
금융당국이 업계의 상황을 고려해 내년 이후 콜차입 전면 금지 입장에서 한발 물러섬에 따라 운영자금 조달에 비상등이 켜졌던 중소형 증권사들의 숨통이 트일 것으로 전망된다.
콜차입은 자기 신용만으로 손쉽게 만기 1~3일짜리 자금을 빌리는 것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규제가 강화되면서 증권사들은 현재 자기자본의 25%까지만 콜차입을 할 수 있다.
지난 6월 말 현재 콜차입을 이용하는 증권사(32개)의 평균 잔액규모는 1월보다 11%(7,920억원) 감소한 6조6,602억원으로 집계됐다.
문제는 콜차입 금지 4개월을 앞둔 상황에서 차입규모가 자기자본의 20%를 넘는 증권사가 18곳이나 된다는 점이다. 대부분 중소형 증권사들이다. 이들 회사가 콜차입을 포기하지 못하는 것은 다른 방식을 통해 자금을 구하면 이자비용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영업이익은 줄어드는 상황에서 추가로 이자비용을 부담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콜차입을 할 경우 기준금리에 보통 0.1%포인트 정도를 얹어주면 되지만 기업어음(CP)을 발행하면 0.4~0.5%포인트 정도 비용이 늘어난다.
전자단기사채도 마찬가지다. 신용등급이 A1인 증권사는 0.1~0.3%포인트를 추가 부담해야 하고 A2인 경우는 0.5~0.7%포인트를 더 부담해야 한다. 환매조건부채권(RP)은 국고채 등의 담보를 제공해야 하는데 중소형사는 보유 채권이 많지 않아 이를 담보로 자금을 끌어오기도 쉽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