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여야 대선주자 후보들이 운영하고 있는 각종 사조직에 대해 선거법위반 여부 조사에 착수했다. 선관위는 대선주자 12명 및 이들과 관련된 23개 단체에 공문을 보내 조직·운영실태 등 구체적인 활동내역을 통보해줄 것을 요청했다. 선관위의 이같은 조치는 사조직이 역대 선거때마다 가장 많은 돈이 드는 요인이 돼 왔다는 점에서 때늦은 감도 있다.대선주자들의 사조직 문제는 어제 오늘에 이르러 불거진 이슈가 아니다. 한보사태를 비롯한 김현철씨 비리도 그 근원을 따지고 보면 사조직에서 비롯된 것이다. 지난 15대 대선의 경우 한개 사조직을 운영하기 위해서는 수백억원대의 자금이 필요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당시 후보들마다 몇개의 사조직을 운영한 것으로 드러났으니 그 비용은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다.
지금 대통령의 「고해성사」여부를 놓고 정국을 들끓게 하고 있는 여당의 대선자금도 사조직운영에 따른 비용이 가장 큰 부분이다. 그 자금의 출처는 결국 기업들로부터 나온 「검은 돈」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검은 돈은 반드시 대가성을 요구하고 있다는 점에서 오늘의 한보사태는 일찍이 예견된 것이기도 하다.
여야의 대선주자 12명 가운데는 최고 8개의 사조직을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중 일부는 선관위의 지적이 사실과 다르며 과장됐다고 반발도 하고 있지만 단속결과에 따라서는 주자들의 대권행보에 적지않은 파문이 일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당내 경선에 대비, 과열현상을 빚고 있는 신한국당내 대선주자들은 선관위의 경고에 상당히 신경을 쓰는 모습이다.
이같은 관점에서 대통령제의 상징인 미국의 대선은 많은 교훈을 주고 있다. 미국의 대선은 예비선거가 정착돼 있어 길게는 10개월전부터 선거전이 시작됐지만 실질적인 선거운동 기간은 각 정당의 전당대회후인 두달에 불과하다. 선거자금도 공식적인 기부금에 의존하며 공영제가 확립돼 있어 정경유착의 소지가 거의 없다.
오는 12월에 실시되는 16대 대선까지는 아직도 7개월이나 남아있다. 우리나라는 지금 긴 불황의 터널 속에서 경제는 헤어나지 못한 채 실업자는 양산되고 있다. 정국역시 한보사태 등으로 표류, 불안이 가중되고 있다. 이같은 상황속에서 대선주자들 가운데는 각종 사조직을 운영하면서 벌써부터 선거운동에 들어간 사실이 나타나고 있다. 그 사조직의 운영비는 어디서 나오는 것인가. 한보사태를 계기로 고비용 정치를 개혁하자는 국민적인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여야 대선주자들도 이같은 국민들의 정서를 외면하지 말아야 한다. 돈으로 표를 얻는 시대는 막을 내려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