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들어 21세기 한국 경제를 주도할 산업이 무엇인가라는 논의가 활발히 전개되고 있다. 자동차, 중화학, 반도체, IT 등 그 동안 우리 경제의 발전을 주도한 산업을 이어 성장 잠재력을 확충하기 위해 우리가 육성해야 할 산업이 무엇이며, 이를 위해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가 논의의 핵심이다.
신정부가 의욕적으로 제시하고 있는 `동북아 경제 중심`이란 개념은 이런 맥락에서 나온 것이지만, 아직 그 내용이 불투명하다. 금융허브가 될 것인지, 산업 클러스터(cluster)가 되어야 하는 것인지, 아니면 양자를 다 포괄하는 것인지 명확하지 않다.
그런데 아직 내용이 불분명한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것이다. 그 동안 우리나라의 성장 전략은 한마디로 요약하면 `따라잡기(catch up)에 의한 압축 성장`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전략은 선진국이 걸어 왔던 경로를 따라 이미 어느 정도 성과가 검증된 분야에 역량을 집중해 단기간에 원하는 바를 이루는 전략이기 때문에 리스크도 적고, 앞으로의 비전이 확연하게 드러나는 것이다. 반면 최근 우리의 앞길이 안개와 같이 불투명한 것은 우리가 이미 이러한 따라잡기의 단계를 뛰어 넘어 `추월하기`의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잡기 단계와는 달리 추월하기 단계에서는 우리나라가 이미 선진국의 초입 단계에 있고, 경쟁 상대도 선진국이기 때문에 미래의 성장을 이끌어 나갈 산업 또는 비전을 찾는 작업에서 우리나라가 이들 국가와 동일선상에 있다. 경쟁 상대가 되는 모든 국가가 이미 알려진 것이 아닌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이기 때문에 리스크는 따라잡기 단계보다 더욱 커지고, 여기서 방향을 잘못 잡으면 이를 수정하기도 매우 어려운 단계다.
그러면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에게 적합한 비전과 성장 동력을 찾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따라잡기 단계에서는 나아가야 할 방향과 결과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 있기 때문에 힘을 하나로 결집해 목표를 설정하여 실천하면 되지만 추월단계에서는 창의성이 가장 필요한 요소이다. 이것은 다양한 의견과 입장을 존중하고 이 과정에서 성장 동력이 되는 것을 찾는 단계이기 때문이다. 아울러 필요한 것은 도전하는 용기이다. 경쟁하고 있는 다른 선진국과 마찬가지로 아무도 우리가 나아가야 할 길에 대한 결과를 보여 주지 못하는 단계이기 때문에 그 누구도 자신 있게 이 길만이 올바른 길이라고 주장할 수 없으며, 그 어떤 길도 리스크를 내포하고 있다. 리스크가 있다고 선택하지 못하고 갈 길에 대해 주저한다면 우리는 결코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
결국 우리나라가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고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필요한 것은 새로운 것을 시도할 수 있는 모험과 도전 의식이며, 이 과정에서 다양성을 인정하고 이를 수용하면서 의견을 수렴할 수 있는 민주적 의사 결정 과정을 확립하는 것이다. 이것이 추월단계에 접어든 우리나라가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기 위해 필요한 요소이다.
<김용규(동원증권 사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