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방 분양시장이 악화되면서 그동안 주택업계의 사업확대 효자 노릇을 했던 지방 재건축ㆍ재개발이 애물단지로 전락하고 있다. 특히 일부 업체들은 사업을 무기 연기하거나 사실상 시공을 포기하고 나서 재개발ㆍ재건축 자체가 표류할 것으로 우려된다. 완공 후에도 입주가 이뤄지지 않아 불이 꺼진 지방의 한 아파트단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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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 최악의 미분양 적체와 집값 하락으로 지방 재개발ㆍ재건축 사업의 수익성이 악화일로로 치달으면서 일부 건설업체들의 사업 무기연기나 시공 포기가 잇따르고 있다.
업계의 이 같은 움직임은 민간부문의 서울등 대도시지역 주택공급을 위축시켜 중장기적인 수급 불균형으로 이어질 가능성까지 우려된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대형건설업체인 D사는 자사가 시공사로 선정된 부산의 한 재건축조합측에 사업 잠정 연기를 요청했다.
회사 관계자는 “현재 상황에서 사업을 진행할 경우 분양 실패가 불보듯 뻔한 상황”이라며 “시행자인 조합뿐 아니라 회사도 어려움을 겪게 된다”고 설명했다.
특히 이 회사는 조합측이 조기 사업추진을 강행할 경우 아예 시공을 포기하겠다는 입장까지 전달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재건축ㆍ재개발의 경우 건설업체는 시공만 하고 건축비를 받는 단순도급으로 사업 리스크가 거의 없다는 점을 감안하면 D사의 이 같은 결정은 전례없는 것이어서 주목된다.
대형사인 G사의 경우 내부적으로 지방 대도시의 3~4개 재건축ㆍ재개발 사업을 사실상 중단한 상태다. 정부의 규제 강화로 수익성이 악화되면서 조합 내분이 커져 현실적으로 사업 추진이 어렵다는 판단에 따른 것.
이 회사 관계자는 “재건축ㆍ재개발은 일반분양분으로 수익을 내야 하는데 집값 하락과 규제로 수익성 악화가 우려될 뿐 아니라 조합내부 갈등의 확산도 사업 포기의 이유”라고 밝혔다. 주택시장 침체는 지방은 물론 수도권 일대 소규모 재건축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서울 신길동에서 소규모 주상복합 재건축 시공을 맡았던 Y사의 경우 착공 직후 몇 개월이 지나도록 공사를 중단한 상태다. 일반분양분이 팔리지 않아 조합측이 Y사에 공사대금을 지급하지 못하자 이중 일부를 대물(아파트)로 변제받았지만 그마저 팔리지 않아 더 이상 공사를 진행할 수 없게 됐다.
A사 관계자는 “재건축ㆍ재개발사업이 잇따라 표류하고 있는 원인은 정부의 무차별적 규제에 따른 수익성 악화가 가장 큰 원인”이라며 “특히 집값 하락으로 신규수요가 사라진 지방 대도시 사업의 경우 상당수 업체들이 자금 투입을 중단한 상태”라고 전했다.
업계는 지방 재건축ㆍ재개발 사업 표류가 장기화할 경우 대형 업체들의 중장기 매출에도 타격을 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3~4년 동안 대형 업체들이 지방 시장에 대거 진출했던 것은 수도권 택지구득난을 해소하기 위한 것”이라며 “지방 재건축ㆍ재개발이 표류하면 개별업체는 물론 민간부문 전체의 공급위축으로 이어질 우려가 높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