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작년에 이어 올해에도 1%대에 머무를 것으로 보여 한국이 디플레이션에 빠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미국, 중국, 영국, 프랑스, 독일 등 세계 주요 경제권의 소비자물가 상승률도 0∼1%대에 그쳐 전 세계가 디플레이션 ‘공포’에 휩싸이고 있다.
6일 기획재정부와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10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2%를 기록해 4개월 만에 반등했다.
하지만 2012년 11월 시작된 1%대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4개월째 이어졌고 올해들어 지난 10월까지 소비자물가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3% 상승해 1999년(0.7%) 이후 15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기재부는 올해 남은 11월과 12월 소비자물가 상승률도 현재와 유사한 1%대 초반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기재부의 전망대로라면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1.3%에 이어 2년 연속 1%대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된다. 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외환위기 직후인 1999년 0.8%로 떨어진 적은 있지만 2년 연속 1%대를 기록한 적은 한번도 없었다.
물가가 하락하는 엄밀한 의미의 디플레이션까지는 아니지만 일본을 ‘잃어버린 20년’으로 몰아넣었던 디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한층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런 우려를 증폭시키는 지표들은 더 있다.
10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소폭 반등했지만 농산물과 석유류를 제외한 근원물가 상승률은 1.8%에 그쳤다. 지난 2월의 1.7% 이후 8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계절과 지정학적 요인을 제외한 물가 상승률이 낮다는 것은 공급측 요인뿐만 아니라 수요도 부진한다는 의미다.
소비자물가의 선행지표인 생산자물가의 하락세도 뚜렷하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9월 생산자물가 지수는 전월보다 0.4% 떨어진 105.24를 기록했다. 지난해 11월 이후 10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생산자물가에서 서비스를 제외한 상품 생산자물가 지수는 2012년 6월 이후 28개월 연속 하락하고 있다.
생산자물가가 하락하면 생산자는 같은 물량의 제품을 팔아도 매출액이 줄고 소비자물가도 내려간다. 이는 근로자 소득 감소, 소비와 투자 부진으로 이어질 수 있다..
한국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다른 국가보다도 낮다.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9월까지 10개월째 일본과 미국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특히 올해 9월 한국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1%로 같은 달 일본의 3.2%보다 2.1%포인트 낮아 사상 최고의 격차를 보였다.
일본의 4월 소비세 인상 효과를 제외해도 한국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일본보다 낮다. 일본의 소비세 인상에 따른 물가 상승률 효과는 2%포인트 정도다.
한국의 물가 상승률은 1985년 4월(한국 1.5%, 일본 2.0%) 이후 단 한 차례도 일본보다 낮은 적이 없었으나 지난해 9월부터 상황이 역전됐다.
/디지털미디어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