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9월 15일] 남북관계 개선 전환점 마련되나

천안함 사태로 얼어붙었던 남북관계에 훈풍이 불고 있다. 북한에 대한 쌀 지원과 대승호 귀환조치 및 이산가족 상봉 제의 등 최근 일고 있는 움직임을 보면 '포스트 천안함' 국면으로 접어든 양상이다. 머지않아 6자회담이 재개되고 남북정상회담 가능성까지 점쳐지고 있다. 천안함 사태에 대한 북한의 사과를 요구한 정부 입장에 변화가 없어 당장 큰 진전을 기대하기 어렵지만 최악의 남북관계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긍정적인 조짐이 나타나고 있는 것만은 확실하다. 오는 17일 개성에서 열리는 이산가족 상봉 실무접촉은 북측의 변화를 살필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우리 정부가 제의한 수해지원과 실무접촉 제의를 북측이 이처럼 빨리 수용한 것은 드문 일이다. 화폐개혁 실패와 미국의 경제제재 등에 따른 경제난 극복, 김정은 후계체제 구축을 위해서는 우리의 도움이 절실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천안함 사태가 완전히 해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정부가 운신할 수 있는 폭은 제한적지만 북한의 제의에 능동적으로 대응한 것은 바람직한 방향으로 평가된다. 남북한 간 비공식 접촉이 이뤄지고 있다는 외신 보도 등을 통한 관측도 남북관계 개선의 청신호로 받아들여진다. 이 대통령이 "남북관계를 건전한 관계로 발전시켜야 하며 그럴 경우 제2 개성공단을 건설할 수 있다"고 말한 데나 북한이 이산가족 상봉 제의 등으로 화답하고 나선 데는 그만한 배경이 있는 것이 아니냐는 추측이다. 스티븐 보즈워스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가 "6자회담이 머지않았다"고 한 것도 같은 맥락이라 할 수 있다. 남북관계에 해빙조짐이 보이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그러나 북한은 워낙 예측이 어렵다는 점에서 조심스러운 접근이 요구된다. 북한은 지난해 5월에도 핵실험으로 고립을 자초한 후 고 김대중 전 대통령 조문사절단을 보내는 등 그때그때 필요에 따라 강온전략을 구사해왔다. 이번에도 경제난 타파와 김정은 후계체제 구축을 위한 제스처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북한이 남북관계 정상화와 6자회담 재개를 원한다면 비핵화와 천안함 사태에 대한 사과 등 신뢰할 수 있는 조치를 선행하는 것이 순서다. 이 같은 점을 염두에 두고 정부는 최근 일고 있는 변화의 조짐을 남북관계 개선의 계기가 될 수 있도록 최대한 성의를 보일 필요가 있다. 남북관계 개선에 북측이 얼마나 진정성을 갖고 있는지는 17일 실무접촉에서 확인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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