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도 금리인상 딜레마 "이렇게 고민 많은적 없었다" 10일 회의 앞두고 금통위원들 호소…"위원 개개인 성향 한몫할것" 분석도 현상경 기자 hsk@sed.co.kr “최근 몇 년간의 경험을 되돌아보면 이달만큼 고민이 많았던 적은 없었던 것 같습니다.”(한국은행 모 금통위원) 통화정책의 두 축인 ‘물가’와 ‘경기’가 양립할 수 없는 시그널을 보이면서 금리 결정의 주역인 금통위원들마저 큰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몇 년간 ‘호시절’을 보냈던 물가가 흔들리고 있는 점이 이유다. 이로 인해 오는 10일 금융통화위원회가 열리기 직전까지도 쉽사리 판단을 내리기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한마디로 말해 ‘한은의 금리 딜레마’가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우선 한은 내의 분위기를 살펴보면 하반기에 물가가 크게 뛰는 게 아니냐는 걱정이 갈수록 커지고 있는 듯하다. 박광민 한은 물가분석팀장은 “지난 7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낮았던 점을 이유로 물가상승 우려가 높지 않다고 보는 것은 다소 이른 판단”이라고 지적했다. 7월 집중호우의 영향을 받은 소비자물가 상승이 조사 시점의 시차 때문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고 8월부터는 물가상승 압력이 본격화될 것이기 때문이다. 두바이유가 배럴당 70달러를 넘나들면서 해외발(發) 물가 압력을 가중시키고 있는 것도 부담이다. 뿐만 아니라 정책당국은 아예 대놓고 공공서비스 및 담뱃값 인상을 거론하고 있어 어찌 보면 ‘연말 3%대 상승률 불가피론’을 설파해온 이성태 한은 총재의 예견이 맞아떨어져가고 있는 상황이다. 부동산시장이 최근 들어 잠잠해지고 있다고는 하나 한은은 여전히 과잉유동성에 대한 경고를 잊지 않고 있다. 한은은 2일에도 ‘주요국의 주택가격’이란 보고서를 통해 “시장금리가 균형금리 수준을 장기간 밑돈 것이 주택가격 상승을 초래했다”고 주장했다. 저금리가 부동산 가격을 부추겼다는 기본인식에서 변화가 없는 것이다. 하지만 경기가 꺾이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면서 “지금은 물가를 따질 때가 아니다”는 주장이 정부는 물론 집권 여당, 재계 등으로 광범위하게 확산되고 있어 한은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이성태 한은 총재는 금리정책을 놓고 정ㆍ관계에서 ‘감 놔라 배 놔라” 하는 간섭이 심해지자 강한 불쾌감을 여러 차례 표시하기도 했지만 주변 여건은 별로 우호적인 편이 아닌 것 같다. 이미 강봉균 열린우리당 정책위의장이 몇 차례 금리인상을 시도하는 한은을 비판한 데 이어 한국개발연구원(KDI)도 최근 보고서를 통해 “최근 경기상승 속도가 다소 조정되는 조짐을 보이고 있고 물가는 아직 우려할 정도의 불안 조짐이 없다”며 물가불안을 우려하는 한은을 꼬집기도 했다. 신민영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하반기 경기가 ‘소프트패치’가 아닌 일반적인 둔화국면에 접어든 점을 인정해야 할 때”라며 “내년 이후 경기까지 감안하면 지금은 절대 (금리인상의) 타이밍이 아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자칫 하반기 경기가 진짜 하강할 경우 그에 대한 책임을 중앙은행이 고스란히 덮어쓸 가능성도 무시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이 같은 혼선 상황에서야말로 그동안 잠재요소로만 작용했던 금통위원 개개인의 ‘출신성향’이 가장 큰 영향력을 발휘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절반의 교체를 겪은 이후 충분한 밀월시간을 보냈던 위원들이 이제 경기와 물가 중 어느 쪽에 무게중심을 둘지 시장의 관심이 점차 고조되고 있는 것이다. 입력시간 : 2006/08/02 17: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