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눈] 대구 버스파업 '짜고치는 고스톱'

지난 25일 시작된 대구 시내버스 파업은 우리 사회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의 단면을 그대로 보여준다. 만성적인 적자에 시달리는 시내버스업계 종사자들의 내 몫 챙기기 파업이어서 이러한 굴레를 씌우는 것은 아니다. 시민의 발을 볼모로 잡고 파업을 벌이기 때문은 더욱 아니다. 대구 시내버스업계의 파업에 대해 노사 양측은 물론 대구시도 시민들의 따가운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이다. 타 시도와 마찬가지로 대구의 시내버스는 사실상 시민의 혈세로 움직이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다. 지난 2001년 87억원의 재정지원금을 시작으로 대구시가 시내버스업계에 쏟아부은 예산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지난해 지원금은 4년 전에 비해 무려 2.2배나 증가한 196억원에 이르렀다. 그런데도 대구 시내버스 파업은 연례행사였다. 그것도 반나절, 하루 동안 벌이는 ‘반짝파업’으로 효과를 극대화했다. 노조는 엄청난 경영적자 속에서도 임금인상을 손에 쥐었고 사측은 해마다 늘어나는 재정지원금을 챙겼다. 게다가 파업 이후에는 어김없이 시민들에게 서비스 개선을 약속했지만 그것 역시 단순한 통과의례에 지나지 않았다. 대구시는 시민 불편을 이유로 앞뒤 가리지 않고 노사의 요구를 그대로 수용해주는 것으로 책임을 다했다. 특히 막대한 지원금을 주고도 그 돈이 어디에 사용됐는지 단 한 차례의 검증과정도 갖지 않았다. 재정지원금을 늘릴 때마다 시내버스업계 구조조정을 확언했지만 역시 공염불이었다. 파업을 할 때마다 시민들의 분노도 그만큼 커져갔다. 시내버스 노사 중재에 나섰던 시민단체들은 노사 양측과 대구시가 ‘짜고 치는 고스톱판’을 벌이는 것이 아닌가라는 의혹을 공공연히 제기할 정도였다. ‘노사가 파업을 빌미로 제 잇속을 챙기고 대구시는 시민 불편을 이유로 이들의 요구를 대부분 받아들여 결국 시민들에게 덤터기 씌우기 때문’이었다. 물론 대구시는 이 같은 의혹에 한사코 손사래치고 있다. 게다가 올해는 노사 양측에 끌려가지 않고 원칙대로 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이 때문에 올해 파업은 장기화될 것으로 우려하는 전망도 크다. 처음부터 이 같은 원칙과 약속이 지켜졌다면 대구 시내버스의 서비스 개선은 물론 구조조정도 상당 부분 이뤄져 지금 겪고 있는 시민들의 불편은 없었을지도 모른다. /김태일 기자 <사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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