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부터 사회 각 영역에서 ‘퓨전(Fusion)’이라는 접두어가 붙는 새로운 시도들이 유행처럼 번져가고 있다. 퓨전음악ㆍ퓨전아트ㆍ퓨전금융상품 그리고 퓨전요리에 이르기까지 그 범위도 다양하다. 퓨전이란 말 그대로 ‘융합’을 뜻한다. 과거에 이질적으로 생각되던 것을 합해놓음으로써 시너지와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내고 있는 것이다.
과학기술 분야 역시 ‘융합’이 21세기의 키워드로 자리잡고 있다. 지난 세기까지의 과학기술의 역사를 돌이켜보면 새로운 물질이나 원칙 또는 메커니즘을 발견해내는 것이 과학기술자로서 무엇보다 중요한 비전이자 상호간 치열한 경쟁의 대상이었으며 그것이 바로 새로운 산업을 창출하는 기반이 됐다. 그러나 자연에 대한 지식이 어느 정도 포화에 이른 현 세기에서는 새로운 발견보다는 그동안의 성과들을 서로 융합해 시너지를 창조해나가는 것이 가능성과 가치창출 측면에서 더 큰 효과를 거두고 있다.
기술 분야간 융합은 ITㆍ나노ㆍ바이오 기술간의 다양한 교집합의 형태로 현실화되고 있다.
멤스(MEMSㆍ Micro-Electro-Mechanical Systems)ㆍ바이오멤스ㆍ바이오인포매틱스ㆍDNA칩ㆍ가상세포 등 모두 현재 최첨단 기술로 인정받고 있는 것들이다. 전통기술에 최첨단 기술을 융합하는 시도 또한 다양하게 전개되고 있다. 그 대표적인 예가 자동차에 IT를 접목하는 텔레매틱스 기술이다.
한편 같은 기술 분야 내에서도 점차 영역간의 구분이 없어지고 있다. 가전ㆍ정보통신ㆍ컴퓨터 혹은 방송ㆍ통신 등의 영역으로 나뉘어져 각각 발전해오던 것이 최근 눈부시게 발전하는 디지털 기술을 공통분모로 삼아 상호 결합하고 있다. 일명 ‘디지털컨버전스’라는 새로운 기술 트렌드이다. 이런 추세로 디지털 기술과 네트워크 기술이 발전해간다면 꿈의 기술로 불리는 유비쿼터스(Ubiquitous) 환경이 우리 사회에 구현될 날도 머지않은 것 같다. 즉 언제 어디서나 단말기의 종류에 관계없이 원하는 정보획득 또는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한 사회가 도래하고 있는 것이다.
과학기술이 이렇듯 상호간의 융합ㆍ통합을 통해 상생의 수준을 넘어 상승(시너지)의 문화를 이끌고 있는 점을 국민들로부터 상생의 정치를 요구받고 있는 정치권이 잘 보고 교훈을 얻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