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음반 시장의 위기, 음악의 위기?

이달 초 방한해 내한공연을 펼친 비욘세 놀즈는 지난 몇 년 동안 한국에서 판매한 음반 매출보다 더 많은 돈을 이틀간의 공연에서 벌여들였다. 서태지의 컴백 앨범은 불과 몇 분 만에 10만장 넘게 예약 판매되면서 꽁꽁 얼어붙은 음반시장에 이변을 연출하기도 했다. 서태지의 컴백 앨범은 단지 이례적인 현상일 뿐 다른 가수들의 앨범 판매에 그대로 적용된다고 보기는 어렵다. 오히려 비욘세처럼 음반 판매보다는 공연 등 새로운 수익원을 창출하려는 노력이 더욱 현명해 보인다. 음반업계는 음반시장의 위기가 음악의 위기라고 이야기하지만 이를 새로운 기회로 생각하는 음악가들도 많다. 과거 음반 한 장을 내기 위해서는 수억원이 넘는 비용이 들었지만 MP3파일 하나를 만드는 데는 수천만원으로도 충분하기 때문이다. 일부 중견 가수들은 “어차피 음반시장 자체가 위축된 상황이니 오히려 대중들의 눈치를 보지 않고 음악을 할 수 있다”고 이야기하는 경우도 있다. 게다가 예전에는 TV나 방송을 타지 않으면 대중에게 알려질 기회가 거의 없었다. 하지만 이제는 사용자제작콘텐츠(UCC)나 인터넷 개인방송 등을 활용하면 큰 비용을 들이지 않고도 대중들과 만날 기회가 훨씬 많아졌다. 이전에는 소리바다라면 음악시장을 망치는 주범이라고 입을 모았지만 지금은 소리바다를 변호하는 가수들이 늘어난 것도 이 같은 변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음악의 소비처를 CD로만 생각하던 이전 음악시장의 법칙은 수년간의 불황으로 그 설자리를 완전히 상실했다. 이제는 음악의 소비처를 가능한 모든 영역으로 확장시킬 때이다. 많은 음악가들이 공연을 새로운 대안으로 모색하고 있는 것이 그 좋은 예이다. 좋은 공연은 음악을 즐기는 새로운 습관을 만들어주기 때문이다. 모바일이나 게임음악 등 새로운 영역으로 개척하려는 음악가들의 실험도 눈여겨볼 만하다. 시장의 변화에 맞춰 음악가들도 변신을 계속한다면 음반시장의 위기는 단지 매체의 변화일 뿐 음악시장 자체를 위협하지는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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