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인터넷문화 '외화내빈'

인프라는 세계최고‥이용수준은 후진국형'풍요 속의 빈곤' 국내 정보통신 인프라는 세계 최고지만 사용 내용 등 이용자의 수준은 후진국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3일 정보통신부 및 관련업계에 따르면 국내 광대역망 보급률은 세계1위, 국내 도메인 수는 51만 여개로 4위를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외적인 급성장과는 달리 음란사이트 이용률 및 반(反)사회적인 사이트, 인터넷 관련 각종 범죄 등은 우려할만한 수준으로 크게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음란사이트나 게임 등이 대부분=국내 네티즌들의 인터넷 취향은 음란사이트, 게임, 채팅 등에 편중돼 있다. 즉 '정보의 바다'라는 인터넷에서 학술 등 정보검색에 보내는 시간은 이들 사이트에서 보내는 시간에 비해 턱없이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온라인게임을 제공중인 N사의 홈페이지의 경우 월 평균 280만명 이상이 방문하는 반면 국립중앙도서관은 70만명, 국회도서관은 이에 훨씬 못 미치는 10만명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전국적으로 PC방은 2만1,500여 개에 이르지만 이용자의 대부분은 게임을 목적으로 찾고 있을 정도로 게임방이 되어버렸다. 종로 클릭PC방 주인은 "PC방을 찾는 사람들의 90% 이상은 게임과 채팅을 즐기는 사람들"이라며 "초창기에 비해 지금은 문서 작성이나 정보검색을 하는 사람은 찾아보기 힘든 형편이다"고 밝혔다. 청소년에 악영향을 미치는 음란ㆍ폭력물의 인터넷 배포도 큰 문제다. 최근 한 여론조사 결과 인터넷을 통해 음란물을 접한다는 청소년은 65%였고 인터넷 통해 유통되는 음란물이 심각하다고 느끼는 청소년도 47%나 됐다. ◇각종 범죄의 온상으로 변질=최근 들어 심각하게 대두되고 있는 현상은 인터넷을 통한 각종 범죄와 일탈 행동이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개인 PC의 해킹 사례가 99년 29건에서 지난해 808건으로 급증했고, 컴퓨터 바이러스도 지난해 572종이 발견돼 전년 대비 151%의 증가율을 보였다. 또 당국의 단속에도 불구하고 불법으로 유통되는 복제 프로그램의 수는 줄지 않고 있다. 인터넷을 통한 '청소년 성매매'나 '자살 사이트' 문제도 심각한 수준이다. 이런 인터넷 범죄와 더불어 계층간 '정보의 빈부차'도 심화되고 있다. 지난 달 삼성경제연구소가 전국 1,000가구를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소득수준, 학력 및 지역에 따라 인터넷 이용률이 큰 격차를 드러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연구소의 최숙희 박사는 "정보화 사회는 정보(지식)에 접근할 수 있는 사람이 부(富)를 획득할 가능성이 높은데 반해 여기서 소외된 이들은 가난이 지속될 수밖에 없다"며 "정보의 격차를 줄이기 위해 정부는 정보소외 계층인 장애인, 농어민 등을 상대로 공공정보망을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보통신 교육 내용 바꿔야=정보통신윤리위원회 이은경 팀장은 "이 같은 '문화지체 현상'이 일어나는 가장 큰 원인은 기술 발전속도에 비해 정신문화가 뒤쳐지기 때문이다"며 "사이버 공간의 익명성과 사용자들의 흥미위주 태도도 역시 문제"라고 밝혔다. 이 팀장은 이어 "과거에는 인터넷을 '이용'하는 측면에 모든 정보통신 교육이 집중됐지만, 이제는 정보를 '활용'할 수 있는 능력에 초점을 맞추는 인식의 전환이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김정곤기자 안길수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