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층간 갈등을 풀려면

최근 우리 사회를 관통하는 키워드는 '갈등'이다. 이는 외환위기 이후 구조조정으로 인한 실업자 급증과 경기침체에 따른 소득양극화 현상 등이 계층간ㆍ집단간 갈등을 유발한 데 기인한다. 외환위기 직후에는 긴장감과 개혁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돼 사회갈등이 수면 아래 잠재돼 있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긴장이 풀어지고 형평에 대한 욕구도 커져 사회적으로 그동안 소강상태를 보이던 사회갈등이 표면화되기 시작한 것이다. 문제는 중산층ㆍ서민층을 대상으로 한 정부의 다양한 지원대책에도 불구하고 소득분배구조가 더 악화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다시 말해 계층간 빈부격차의 확대가 사회 주체들간의 불신과 갈등을 지피고 사회통합을 저해하는 핵심뇌관으로 작동하고 있는 것이다. 사회통합이 중요한 이유는 사회 주체들간의 조화로운 상호작용과 유대감을 증대시켜 결과적으로 '사회적 자본(social capital)'을 키우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사회적 자본은 개인간의 관계 속에 배태돼 있는 신뢰나 규범ㆍ가치 등을 의미하는데 집단이나 지역간 차이에서 발생하는 갈등을 줄이고 공동의 정체성을 제고해 사회적 조화와 협력의 잠재력을 증대시킬 수 있다. 반면 사회통합이 깨질 경우 사회 전체적으로 갈등에 따른 조정비용이 급속히 증대해 사회적 규칙의 예측 가능성이 잠식되고 규칙의 적용이 일관성을 결여하게 된다. 또한 규칙이 타협의 대상으로 전락해 집단간의 협력이나 조정이 어려워진다. 이런 점에서 우리 사회는 사회통합을 진척시키는 사회적 자본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할 수 있다. 과거 고도성장 과정에서 집단간 불신이 누적돼왔고 그것을 해소할 수 있는 제도적 틀이나 타협 경험이 미비하다. 반면 지연ㆍ학연ㆍ혈연 등 사적 연줄로 맺어진 집단의 이익을 우선하는 집단이기주의가 여전해 사회갈등의 원인을 제공하고 있고 여기에 더해 정부의 일관성 없는 법 집행으로 공적제도에 대한 신뢰가 크게 낮은 상황이다. 사회통합은 국가경쟁력 배양을 위한 기본토대다. 사회통합의 여건이 성숙되지 않은 상황에서 국가경쟁력은 그 의미를 상실한다. 사회적 자본 증대를 통해 사회 주체들간의 신뢰관계를 구축함으로써 제반 사회의 갈등요소를 흡수하고 정치적 안정을 도모해야 한다. 따라서 국가적으로도 사회통합을 증진시키기 위해 제 Ⅵ樗?요인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는 정책을 수립해 제도적 차원에서의 지원체계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첫째, 사회통합을 촉진할 수 있는 제도적 틀의 보완이 필요하다. 우리는 외환위기 이후 노사정위원회라는 계층간 사회갈등을 해소시킬 수 있는 제도적 틀을 가지고 있다. 현재 노사정위원회의 존재 의의와 운영에 대해 노사 양측 모두 불만을 표하고 있지만 계층간 사회적 협약의 역사가 일천한 우리 사회에서 이는 운영하기에 따라서 장점이 더 많은 제도다. 따라서 노사정 관계에 있어 단기적인 성과에 집착하지 않고 장기적인 안목에서 노사정위원회의 활동성과를 평가해야 한다. 둘째, 사회 주체들간에 합리적 교환논리 시각의 정착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노사간에 줄건 주고 받을 건 받는 이익의 교환체계에 충실해야 한다는 것이다. 노조는 임금인상을 자제하는 대신 고용안정과 정책참여의 보장을 끌어내고 기업은 베푸는 만큼 돌아온다는 교환논리 시각이 경영전략의 밑바탕을 이룬다. 경제위기에 직면했을 때 장래에 대한 기대이익을 염두에 두고 조금씩 참고 양보해 노사정간에 협력을 강화해나갔던 지혜와 용기를 배울 필요가 있다. 셋째, 사회 주체들간의 명확한 역할분담과 규칙의 적용이 필요하다. 사회통합의 근본취지는 노사정간의 타협과 이익의 교환을 통해 소모적인 대결을 지양하고 상호협력을 유도함으로써 모두의 이익을 함께 증진하는 것이다. 따라서 노사정 각 주체들이 제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상호간 대화의 규칙이 지켜져야 한다. 경쟁력 향상을 위해 필요한 구조조정 작업과정에서 모두가 고통을 조금씩 분담하면서 서로 양보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자동차의 경우 매연의 발생을 원천적으로 막기는 어렵지만 매연 배출 감소장치를 장착해 그 정도를 상당량 절감할 수 있다. 사회갈등도 같은 이치다. 다시 말해 사회통합의 진정한 의미는 갈등을 원천적으로 없애는 것이 아니라 갈등요소가 제도적 장치를 통해 사회적 역동성을 유지하면서 그것을 사회발전으로 향하게 유도하는 것이다. /이상민(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사회학 박사) document.write(ad_script1); ▲Top | | ||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