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정치는 '기술' 아닌 '민의'

정치부 김창익 기자

“사적 이익을 전체의 이익처럼 보이게 하는 것이 정치인의 첫번째 기술이다.” 학부 정치 원론에 나오는 기본 법칙이다. 수도이전 특별법에 대한 위헌 결정이 내려지기 직전까지 정치권 이해 당사자들의 ‘말말말’을 살펴보고 이 법칙이 우리 정치권에도 그대로 적용된다는 사실에 놀랐다. 수도이전을 둘러싸고 가장 민감한 이해 당사자는 노무현 대통령과 열린우리당, 한나라당, 여기에 이명박 서울시장 정도. 전자 2는 수도 이전 ‘찬성’쪽에, 후자 2는 수도 이전 ‘반대’쪽에 서서 각자의 주장을 펼쳤지만 명분은 공통적으로 “국익에 부합한다”였다. 노 대통령과 우리당은 “수도이전을 통해 서울권 과밀화를 해소하고 국토의 균형발전을 이룰 수 있다”고 일관되게 주장했지만 한나라당은 “막대한 수도이전 비용이 경기침체를 가중시킬 수 있으며 수도남하는 통일 후를 대비하지 않은 것”이라는 반론을 폈다. 이 서울시장은 헌법재판소의 결정 직후 “헌재의 결정은 대한민국 국민 모두의 승리”라고 했다. 모두들 첫번째 고려 대상이 국민이라는 것이다. 서로 상반된 정책이 같은 결과를 낼 수 없다고 보면 한 쪽은 거짓말을 하고 있는 셈이다. 이와 관련 한나라당은 “수도이전은 재집권을 위한 충청권 표심잡기”라고 공격했고 노 대통령은 이 시장의 수도이전 반대운동을 놓고 “지역 이기주의”라고 했다. 이상을 종합하면 노 대통령은 충청권의 표심을 잡기 위해 국가 균형 발전을 내세웠고 한나라당과 이 시장은 서울 표심 이탈과 충청권 표심이 여권으로 기우는 것을 막기 위해 수도이전이 국익에 반한다는 논리를 폈다. 기업의 목적이 이윤의 추구이듯 정치인의 목적은 권력을 잡는 것이다. 양측이 주장한 수도이전 ‘찬성론’과 ‘반대론’의 밑바닥에는 결국 재집권과 정권탈환을 위한 전략이 깔려 있는 것이다. 이 같은 사적 이익을 양측 모두 국익이라는 명분으로 그럴듯하게 포장한 것 뿐이라면 지나친 비약일까. 그러나 노 대통령과 우리당은 수도이전 추진과정에서 한가지 큰 실수를 범했다. 줄곧 국익을 내세웠지만 정작 이해 당사자인 ‘민의(民意)’를 묻지 않은 점이다. 헌재가 8대1로 위헌결정을 내린 것도 국민투표를 거치지 않았다는 게 주된 이유다. 정부와 여당은 사적 이익을 전체의 이익으로 포장하는 ‘잔기술’을 부리기에 앞서 진정한 민의가 무엇인지 물었어야 했다. 국민의 뜻이 ‘찬성’이냐 ‘반대’냐는 그 다음의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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