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5대그룹 유상증자 시기선택 신중해야

모처럼 증시가 살아나고 있다. 아직 우리경제의 펀더멘탈 전망에 대한 우려감이 가지시 않고 구조조정에 대해서도 일부 비판적인 시각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우리증시를 보는 해외투자가들의 시각이 변하고 있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이유가 어디에 있든 증시의 회복세는 우리경제에 있어서 여러가지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다 준다. 막대한 부실채권으로 고전하고 있는 금융권의 자산이 건전해졌고 그동안 신용경색으로 어려움을 겪어온 많은 우량기업의 자금조달에도 다소 숨통이 트이게 됐다. 또한 주가상승은 침체일로를 겪어온 내수경기 부양에도 도움을 줄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최근 증시의 모습을 보면 우려를 금할수 없는 사태가 전개되고 있다. 증권거래소에 따르면 5대그룹이 올들어 증시를 통해 조달한 자금규모는 7조3,281억원으로 상장사 전체 자금조달액의 87%에 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최근 집중적으로 발표된 현대, LG등의 대규모 증자를 고려하면 이비율은 더욱 커질 것이다. 사실상 5대그룹이 증시를 통한 자금조달을 독식하고 있는 것이다. 그동안 5대그룹의 자금독식으로 신용경색의 부작용이 심화되자 정부는 동일계열사 회사채 편입제한 조치를 실시했다. 자금조달의 어려움을 겪어온 여타 기업으로는 환영할만한 조치였다. 그런데 이조치로 증자물량 급증이라는 불똥이 주식시장에 튀고 있는 것이다. 대규모 증자는 필연적으로 주식시장의 수급을 악화시킨다. 모처럼 외국인 매수세로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증시가 자생력을 갖추기도 전에 수급악화의 직격탄을 맞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불황의 늪에서 벗어나는 조짐이 나타나자 마자 이같은 증자물량이 쏟아지면 주식시장의 기능회복은 기대할 수 없다. 이같은 점을 고려하면 강력한 대책수립이 시급하다. 그동안 증시에서 가장 큰 혜택을 누린 5대그룹이 이제 다시 증시회복의 싹을 짓밟는 행태는 재고돼야한다. 증시가 자생력을 갖출때까지 증자를 연기하는 방안을 강구해야한다. /金在鴻쌍용투자증권 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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