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변에서 패가 났지만 이미 승부와는 무관하다. 칭하오는 절망적인 상황에 서 돌을 던지지 않고 40수쯤 더 두어나갔다.
그러나 검토실의 모든 사람들은 이미 돌을 치워 버린 후였다. 한국 팀 단장인 한철균 6단이 한국측 기자들에게 서비스삼아 몇마디를 해주고 있었다 .
"상당한 잡념입니다. 줄곧 준우승만 해온 칭하오니가 이해해 줘야지요. 장 쉔한테도 미안해서 던질 수가 없을 거예요."
장쉔은 칭하오의 부인으로 프로 8단. 칭하오보다 8년 연상이다. 돌을 던진 것이 너무 늦어서 미안했는지 칭하오는 허리를 굽히며 싱긋 웃었다.
우승상금 2천만엔은 조훈현에게로 돌아갔다.
시상식의 사회자가 조훈현에게 물었다.
"상금 받아서 무엇에 쓰나요?"
"집사람 갖다 줍니다."
"하나도 축내지 않고요?'
"다 갖다주고 1할을 용돈으로 받아서 씁니다."
이 우승의 의미는 너무도 컸다.
조훈현은 길고 길었던 슬럼프를 이 우승으로 벗어났다.
3할대로 처졌던 승률도 죽죽 올라가기 시작했다. 연말에는 5할 5푼까지 올 라갔다. 놀라운 것은 연간수입 랭킹에서 그가 다시 1위에 올라섰다는 사실 . 3억 9천만원의 조훈현이 1위, 유창혁이 3억 6천만, 이창호는 2억이었다. 4위는 1억 1천의 루이, 5위는 1억의 이세돌.
후지쯔배를 안고 돌아온 조훈현은 국수전에서 맹렬한 기세로 연승 행진을보여주기 시작한다. (69, 79, 99… 66의 왼쪽. 72, 84, 102… 66, 77…의위. 82… 74)
203수끝 흑불계승
/노승일·바둑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