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일 바둑 영웅전] 몸통이 잡혔다

제9보 (125~138)



구리가 흑25로 봉쇄하자 검토실이 술렁거렸다. "잡힌 거 같은걸."(윤현석) "글쎄요. 포위망이 약간 허술하긴 한데 활로는 없는 것 같아요."(홍민표) 홍민표가 참고도1을 타이젬에 올렸다. 아무 대책이 없다는 설명이 붙어있었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백대마가 무난히 산다고 말하던 홍민표였는데…. "도망치기 전에 좀더 이득을 챙기려고 하다가 그만 발목을 잡히고 말았습니다. 마치 우군의 헬리콥터가 자기를 구원하러 왔는데 얼른 올라타지 않고 전리품을 좀더 챙기려다가 탈출할 타이밍을 놓친 격이라고나 할까요."(윤현석) "약간의 뒷맛은 있네요."(홍민표) 홍민표가 타이젬에 참고도2를 올렸다. 흑의 진영을 상당히 잠식할 수는 있지만 몸통이 잡힌 터라서 별로 의미는 없다는 설명이었다. 이세돌도 일단 그 수순을 밟았는데 구리가 실전보의 흑31로 막았기 때문에 상당히 큰 패가 나고 말았다. "조금 깨져 주는 게 더 간명했을 텐데 구리가 공연히 패를 내준 것 같아요."(홍민표) "뭐 꼭 그렇지도 않아. 패를 하는 편이 더 간명하다고 생각했을 수도 있으니까."(윤현석) "이 패가 승부라고 봐야겠지?"(필자) "아녜요. 몸통이 모두 잡히는 순간 승부는 끝났어요. 흑승입니다. 흑은 패의 보상을 조금만 얻어내면 되는 입장입니다."(윤현석) "이세돌의 국제전 연승도 끝난다는 얘기로군."(필자) "오늘 구리의 컨디션이 아주 좋은 것 같아요. 이세돌은 몇번 실착을 두었지만 구리는 거의 완벽한 바둑을 보여주고 있어요."(윤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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