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공적자금 투입 기업을 포함해 27개 공기업을 민영화하기로 했지만 증시 침체로 지분 매각 작업이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매각 대상 기업의 주가가 지난해 말보다 최대 40%까지 떨어져 헐값 매각 논란이 일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산업은행과 예금보험공사ㆍ자산관리공사가 보유한 14개 구조조정 기업을 가능한 빨리 매각할 계획이나 상황은 그리 녹록지 않다. 정부가 지난 반년간 허송세월하면서 증시가 망가졌기 때문이다. 공적자금 회수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일괄 매각보다는 증시 및 개별 기업의 상황을 고려해 매각 시기를 조절할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또 일부 지분을 매각한 뒤 증시가 개선되면 경영권을 매각하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다.
이영곤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구조조정 기업 매각은 적절한 타이밍을 놓쳤다”며 “시장 여건이 좋을 때 하는 게 바람직하며 시장 충격을 줄이기 위해서 분산 매각해야 한다”고 밝혔다. 앞으로 1~2년 정도는 증시 침체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구조조정 기업 매각에 먹구름을 드리우고 있다.
공기업 민영화가 늦어지면 공적자금 회수 차질과 관련한 책임론이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매각이 진행 중인 대우조선해양은 지난 2001년 8월 워크아웃을 졸업해 정상기업으로 탈바꿈하고도 7년째 산업은행 등 채권단의 손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산업은행과 자산관리공사는 매각 지연으로 지난해 말에 비해 지분평가이익이 1조2,500억원가량 줄었다.
예금보험공사는 2000년 말까지 우리금융에 12조7,663억원을 투입하고 2002년 6월부터 공적자금 회수에 나섰지만 6년간 배당을 제외하고 회수한 금액은 2조1,644억원에 불과하다. 이런 속도라면 법정 이자를 제외하더라도 공적자금을 전액 회수하는 데 30년이 필요한 실정이다.
특히 하이닉스반도체와 현대건설 등 주주협의회에 민간 금융회사들이 포함돼 있는 경우 책임 논란이 더 거세질 수 있다. 일부 국책은행의 반대로 출자전환 기업의 매각이 지연되면서 지분 평가이익 하락에 대한 책임 소재를 따지는 금융회사들이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이닉스의 주가는 지난해 7월 4만원에서 13일 현재 2만3,200원으로 떨어져 있다. 외환ㆍ우리ㆍ산업ㆍ신한은행 등 9개 주요 주주기관은 지분평가이익이 무려 2조7,600억원가량 줄었다. 현대건설 주가도 지난해 10월10일 10만1,500원에서 13일 12일 6만6,200원으로 급락했다. 주주협의회의 지분 평가이익도 1조9,300억원가량 줄어든 실정이다. 현대건설은 2006년 5월 워크아웃을 졸업했지만 산업은행이 제기한 옛 사주 책임론 등으로 2년3개월째 매각이 지연되고 있으며 2005년 7월 워크아웃을 졸업한 하이닉스는 3년째 새 주인을 찾지 못하고 있다.